[책마을] 전쟁보다 큰 사건 '아내와 첫 만남'
2013년 중국에서 사별한 아내를 위해 화첩을 만든 라오핑루 씨(95)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방영되면서 화제가 됐다. 1922년 태어나 항일전쟁, 공산 정권 수립, 문화대혁명 같은 역사적인 사건을 겪은 그는 일생일대의 사건으로 아내 메이탕을 만난 일을 꼽았다. 1946년 만나 2008년까지 62년을 함께 산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죽음은 어찌할 수 없지만 그림으로 그려두면 아내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는 라오씨가 아내에 대한 기억을 그림과 함께 담은 에세이다. 부부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 첫 만남과 결혼, 안후이성의 한 공장으로 끌려가 노동 개조를 받느라 22년간 떨어져 살아야 했던 일 등 인생의 우여곡절을 연대순으로 담았다. 판잣집에 살면서도 행복했던 순간들, 아이들을 키우며 일어난 일들을 소박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냈다. 그는 “비가 새고 바람이 불어도 사랑하는 아내 메이탕과 유머 있게, 운치 있게 살았다”고 회상한다. (라오핑루 지음, 남혜선 옮김, 윌북, 320쪽, 1만4800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