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계불꽃축제, 10만여발 불꽃 터져
성숙한 시민의식 속 일부 쓰레기 무단투기 '옥의 티'


10만여 발의 불꽃이 밤하늘 캔버스를 형형색색 물들인 8일 저녁 여의도 일대 한강공원에는 시민의 환호성이 끊이질 않았다.

'2016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한강공원을 가득 메운 가족과 연인, 친구 단위의 관람객들은 한국, 일본, 스페인의 불꽃축제 팀이 선보이는 화려한 쇼에 매료됐다.

본격적인 불꽃축제는 오후 7시 20분 시작됐지만 해가 지기 전부터 여의도 일대에는 시민이 몰려들었다.

불꽃축제가 잘 보이는 '명당'으로 지목된 마포대교 북단과 한강대교 북단 사이 자리에는 일찍이 사람들이 들어찼다.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향하는 길에는 치킨이나 피자는 물론 닭꼬치 같은 길거리 음식까지 등장해 먹자골목이 생긴 듯 북새통을 이뤘다.

강바람이 세다는 주최 측의 사전 안내에 따라 대부분 관람객은 두꺼운 외투로 중무장했고 일부는 패딩 점퍼를 입고 오기도 했다.

시민들은 돗자리를 깔고 앉거나 텐트를 치고 그 안에 들어가 불꽃축제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직장인 이정희(48)씨는 "두 처남 가족까지 함께 12명이 불꽃축제를 보러 나왔다"면서 "이 근처 당산동에 살아서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도 하게 해줄 겸 매년 축제를 찾는다"고 말했다.

고대하던 첫 불꽃이 터지자 70만명(경찰 추산) 관람객은 일제히 마포대교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와' 하는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들의 규모가 커지고 화려해지자 환호성도 덩달아 올라갔다.

특히 어린이들은 하트 모양의 불꽃과 하늘로 솟았다가 눈처럼 쏟아지는 불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가은(12) 양은 "처음에 조그만 불꽃들이 하늘에 올라갔다가 그 위에서 한 번 더 '빵'하고 터지니까 예쁘고 신기해요"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불꽃이 춤추는 모습을 연신 담아냈다.

그러나 화려한 불꽃축제를 지켜보는 관람객들 사이에는 으레 그렇듯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이 곳곳에서 보였다.

잔디 위에 앉아서 불꽃을 보는 사람들 앞에 선 일부 커플은 "(불꽃이) 안 보이니 좀 앉아요"라는 이야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꼭 껴안은 채 '셀카'를 찍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촌 한강공원에서는 일부 관람객이 일찌감치 돗자리를 펴고 고스톱을 즐긴 탓에 공원 측은 '나들목 입구에서 노름하시는 분들, 당장 그만 하세요'라고 방송을 내보내야 했다.

불꽃축제가 열릴 때마다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됐던 쓰레기와 불법주차 문제는 해가 갈수록 나아지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자기가 만든 쓰레기를 그대로 둔 채 떠나는 '양심불량' 시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행사가 끝나자 주최 측이 곳곳에 설치해 놓은 대형 그물망에 쓰레기를 차곡차곡 모았다.

한화그룹 계열사 임직원 600여 명은 직접 봉사단을 구성해 쓰레기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주우며 현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경찰도 32개 중대 총 2천500여 명의 경력을 동원해 행사장 주변을 정리하면서 혼잡을 최소화했다.

다만 행사가 끝나고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여의도를 빠져나가면서 일시적으로 차량 정체가 빚어졌고 여의도역 등 인근 지하철역을 이용하려는 시민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