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뒤틀린 한·일관계, 일본 극우만의 잘못일까
“현대사에서 뒤틀린 한국·일본 관계의 주된 원인은 물론 패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는 일본 보수 우파 정치인들에게 있지만, 우리 안의 잘못된 모습도 반성해 봐야 한다.”

김병준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상을 바꿔라Ⅳ》에 실린 ‘한·일 관계의 세 장면과 우리 안의 적’이란 글에서 ‘우리 안의 잘못된 모습’을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 배타적경제수역의 기점을 독도가 아니라 울릉도로 삼은 점, 20여년간 울릉도·독도 부근의 해저 지명을 국제수로기구에 우리말로 등재하지 않고 방치한 점, 일본과 본격적인 외교전을 준비하기 위해 기획된 동북아역사재단을 연구소 수준으로 전락시킨 점 등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뒤틀린 관계 뒤에는 ‘조용한 외교’를 강조하는 관료주의 병폐와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지도자들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국가 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의제로 생각되는 13가지 현안에 대해 김 교수를 비롯해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이준구 국방민권사업발전협회 이사장 등 각계 전문가들이 저술한 글을 담았다. 비영리 공익법인 오래포럼이 주관했다. 정 주필은 ‘법의 지배와 시장경제 그리고 국가경영’이란 글에서 “작금 국회는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된 공장처럼 법을 찍어내고 있다”고 개탄한다. 그는 포퓰리즘적 의원 입법 행태를 우려하며 “국가 권력은 법치의 견제 속에서 제한돼야 하며, 법은 언제나 절제 속에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이사장은 ‘한국 방위산업의 위기와 새로운 도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한국군의 독자무기가 사실상 없다”며 “국방과 경제의 동시발전 전략을 구축해 첨단기술 방위능력을 조기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