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모터 스튜디오,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 ‘미술관’이 된 신세계면세점…. 최근 기업들의 매장 및 브랜드 전시관이 ‘문화’를 입고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을 수 있는 문화 공간을 만들어 브랜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 체험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단순히 제품 홍보 및 판매에서 벗어나 독특한 건축, 브랜드 철학을 담은 전시, 레스토랑 카페 등 식음료 시설, 유명 예술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보고, 듣고, 먹고,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화'를 입은 기업…도서관, 스튜디오, 박물관, 미술관으로
◆자동차를 여행하는 즐거움…현대 모터 스튜디오

서울 압구정동에 ‘현대 모터 스튜디오 서울’을 운영 중인 현대자동차의 목표는 ‘자동차를 여행하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내년 초 국내 최대 자동차 체험 복합공간인 ‘현대 모터 스튜디오 고양’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면적 1만 9318㎡, 지상 9층 지하 5층에 총 14층 규모로 조성되는 스튜디오는 세계적인 건축가 델루간 마이슬이 설계했다. 공중에 떠 있는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 디자인이 특징이다. 현대자동차의 차량 모델 전시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전 생산 공정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드라이빙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옥상 카페 이용, 차량 용품 구매, 차량 정비 서비스 등도 받을 수 있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소비자, 2030대, 자동차 마니아 등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현대자동차의 장기적 비전이 결집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문화'를 입은 기업…도서관, 스튜디오, 박물관, 미술관으로
◆호기심 가득한 책의 동굴…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서울 청담동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와 가회동 디자인 라이브러리, 한남동 뮤직 라이브러리는 해당 분야 전공자들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건축가 가타야마 마사미치가 설계해 2014년 5월 문을 연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여행에 관련된 책만 전문적으로 다룬다. 크고 작은 흰색 큐브(Cube)로 이뤄진 건물은 ‘호기심으로 가득한 책의 동굴’을 콘셉트로 설계됐다. 1만 4700여권의 다양한 여행 서적이 서가를 메우고 있다. 세계 각 지역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102종의 잡지, 111개 언어 사전, 세계 주요 도시 91곳의 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여행을 테마로 한 가구나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현대카드 측은 여행 서적을 선정하기 위해 해외 유명 미디어와 여행전문 매체 등에서 경력을 쌓은 북 큐레이터들을 초빙했다. 영국 가디언지의 여행 칼럼니스트 케빈 러시비와 여행서 론리 플래닛의 아시아 지역 편집장 숀 로, 일본의 저명한 북 컨설턴트 요시다가 하바가 ‘책 여행 가이드’ 역할을 했다. 이들은 지역별 분류 뿐 만 아니라 미술·건축, 역사·유적, 모험 등 주제별로 책을 선별했다.

2층 상담데스크에서는 여행 상담과 예약도 할 수 있다. 현대카드 회원일 경우 본인과 동반 2인이 한 달에 여덟 번까지 무료로 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문화'를 입은 기업…도서관, 스튜디오, 박물관, 미술관으로
◆기술의 과거와 미래를 만나다…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

경기도 수원에 있는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은 ‘과거의 추억과 최첨단 미래를 만나는 공간’을 표방한다. 세계 전자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종합박물관이다. 어둠을 밝히는 전구, 사람을 이어주는 전화, 문화를 전파하는 TV, 여성을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킨 세탁기 등 전자산업의 발전은 현대인의 생활 문화를 변화시켜 왔다. 흑백 브라운관 TV부터 갤럭시S7 등 최신 IT 제품까지 삼성전자 제품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GE, 소니, 파나소닉, IBM 등의 역사적 제품도 전시하고 있다. ‘발명가의 시대’ ‘기업혁신의 시대’ ‘창조의 시대’ 등 각 층별로 다른 주제의 전시관으로 꾸며놓은 것이 특징이다.

삼성 관계자는 “전기의 발견부터 최신 스마트 기기에 이르기까지 전자산업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인류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왔다”며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에서는 이런 전자산업 혁신의 역사와 미래를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를 입은 기업…도서관, 스튜디오, 박물관, 미술관으로
◆10억짜리 예술품 품은 쇼핑공간…신세계면세점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8~12층에 자리잡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문화 면세점’을 표방한다. 10층 아이코닉 존에는 벨기에 출신 예술가 카스텐 횔러의 대형 회전그네 ‘미러 캐러셀(Mirror Carousel)’을 설치했다. 폭 7.5m, 높이 4.5m에 달하는 이 작품의 가격은 약 10억원. 회전 그네 위쪽으로는 사방의 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국내 주요 관광 명소 및 전통 문화 영상을 상영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