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세계적 지휘 거장들이 가을밤을 클래식 선율로 물들인다. 전설적인 노장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89), 동유럽을 사로잡은 명장 이반 피셔(65), 고(古)음악의 개척자 톤 쿠프만(72)이 9~10월 잇달아 국내 무대에 오른다.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이들의 손끝에서 펼쳐질 환상적인 하모니에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설’ 블롬슈테트의 묵직한 지휘

블롬슈테트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다음달 26~27일 오후 8시 독일 밤베르크교향악단을 이끌고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블롬슈테트는 연로한데도 의지와 열정으로 무대를 이끌어가는 대가 중의 대가로 꼽힌다. 스웨덴계 미국인인 그는 오랜 시간 꾸준히 활동하며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1954년 스톡홀름 필하모닉을 지휘하며 데뷔한 이후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등 유럽 최정상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를 맡았다. 30년 넘게 NHK교향악단 명예지휘자로도 활동했다. 2006년부터는 70년 전통의 밤베르크교향악단 명예지휘자를 맡고 있다.

그는 화려한 테크닉과 과장된 몸짓보다 담백하고 묵직한 지휘를 선호한다. 이번에도 클래식 본연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대작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26일에는 베토벤 교향곡 5번(운명), 6번(전원)을 선보이고 27일엔 슈베르트 교향곡 7번에 이어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현존 최고의 브루크너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그만의 음악 해석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평온하게 흐르는 선율에서 슬며시 미소 짓는 노신사 블롬슈테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쾌하면서도 격렬한 피셔의 무대

관록이 뿜어내는 '손끝 마술'…지휘거장의 3인3색 클래식
전성기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 견줄 만큼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로 평가받는 피셔도 내한한다. 헝가리 출신인 피셔는 1983년 직접 창단한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다음달 1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로얄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와 함께 방한해 국내 클래식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그는 섬세하고 일사불란하게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동유럽을 넘어 독일 미국까지 사로잡았다. 이번 공연에선 모차르트 ‘마술피리’ 서곡,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을 선보인다. 모차르트 오페라의 유쾌함부터 쇼팽의 깊고 눈부신 선율, 드보르자크의 타오르는 격렬함까지 다양한 분위기의 클래식 선율을 즐길 수 있다.

◆바흐를 그대로 재현하는 쿠프만

르네상스부터 바로크, 고전주의 등 옛 음악을 당시 악기와 주법으로 재현하는 고음악의 진수도 만끽할 수 있다. 오는 28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쿠프만은 고음악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바흐 등 바로크 음악을 그대로 되살려낸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인 쿠프만은 1994년부터 10여년에 걸쳐 바흐 칸타타 전곡을 녹음, ‘바흐 절대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바흐 곡들을 선보인다. 바흐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3번, 4번을 비롯해 코랄(합창곡)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 ‘이방인을 구원하는 이여 오소서’ 등을 연주한다.

쿠프만의 다재다능한 면모도 살펴볼 수 있다. 그는 파이프오르간, 하프시코드를 연주하고 지휘까지 하는 1인 3역을 맡을 예정이다. 롯데문화재단은 “쿠프만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알짜배기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