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FBI 협상 전문가가 말하는 설득의 기술
탈주범들이 미국 뉴욕 할렘지역 아파트 27층에 숨어 있다. 연방수사국(FBI) 특수기동대와 대치 중이다. FBI 위기협상팀 요원은 탈주범들과 통화할 전화번호를 찾지 못하자 아파트 문에 대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오기 싫은 모양이네. 문을 열면 우리가 요란하게 총을 쏘며 들어갈까봐 걱정인가봐. 교도소로 돌아가기 싫은가보네.” 이렇게 여섯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얘기를 건넸다. 계속 묵묵부답이던 탈주범들은 어느 순간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왔다.

FBI 협상 전문가로 20년 넘게 일한 크리스 보스와 인간행동 연구의 권위자 탈 라즈는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에서 설득과 협상의 심리학을 쉽게 풀어낸다. 책에 담긴 내용은 보스가 긴박한 협상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익힌 살아있는 지식들이다. 탈주범들에게 FBI 요원이 한 말은 ‘미러링 기법’에 의한 것이었다. 탈주범의 감정을 대신 표현해줌으로써 그들이 요원에게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고 요원의 말에 호응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협상 기법은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널리 활용된다. 저자들은 “우리 삶은 협상의 연속”이라며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협상 기술을 알려준다. 시간을 벌어야 할 때는 상대가 대답할 수 있지만 정해진 답이 없는 개방형 질문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쨌거나 질문에 답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상대이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가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저자들은 “협상에서 감정이 미치는 영향을 배제한 지금까지의 협상 연구는 잘못된 것”이라며 “감정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대신 감정을 식별하고 이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상가가 다뤄야 하는 사건 대부분이 이성적인 상호작용이 아니라 감정에 좌우되는 분쟁이라면 협상 기술 또한 동물적이고 감정적이며 비이성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