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두 남자의 '상어잡이 1년'…바다 위에서 인생을 낚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에서 에이허브 선장의 눈에 비친 흰 고래는 사람들을 잡아먹는 사악한 힘을 가진 존재였다. 선장은 자신이 직접 그 악을 해치울 수 있다고 믿었다. 그의 광기에는 전염성이 있었고 수많은 선원이 고래의 적이 됐다. 결국 선장은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고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광기 때문이다. 선장은 자신이 던진 작살의 밧줄에 목이 걸려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노르웨이 작가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가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거대한 향유고래를 마주한 순간 떠올린 이야기다. 혹시나 향유고래가 자신의 배를 공격해오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던 참이었다.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제공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제공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은 모험심 강한 스트뢰크스네스와 ‘바다가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는 독특한 예술가 후고 오스요르가 만나 그린란드 상어를 잡기 위해 1년간 고군분투한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두 남자의 상어 프로젝트는 그들의 꿈을 향한 여정이었다. 저자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바다에서 거친 파도에 휩싸이면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를 시와 과학, 신화와 문학, 역사를 넘나들며 섬세한 필체로 그려낸다.

여정은 세상에서 가장 큰 육식 상어인 그린란드 상어가 헤엄치고 있는 로포텐 제도에서 펼쳐진다. 왜 하필 그린란드 상어였을까. 몸길이 8m, 무게는 1t까지 나가는 이 동물은 사람을 질식시키고 환각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다. 고래잡이의 아들로 태어난 오스요르는 지금까지 수많은 바다동물을 직접 봤지만 그린란드 상어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저자도 바다에 대한 크고 깊은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선원으로 살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고조 할아버지의 갈망이 유전된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두 남자는 상어를 유인할 하이랜드 소의 도축 찌꺼기를 구해 커다란 강철 갈고리에 끼운 뒤 바닷속에 던지기로 한다. 그린란드 상어가 갈고리를 물면 천천히 해변으로 끌고 가려는 전략이었다.

육지 생활이 가로로 펼쳐진다면, 바다는 세로로 이뤄졌다. 심해 생물이 만들어내는 생채 조명은 대부분 푸른색이다. 물에서 가장 멀리까지 퍼져나가는 빛깔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심해의 삶은 아주 천천히 깨어나는 꿈과 같다”고 했다. 바다를 탐험하다가 오크니제도에 있는 ‘물개인간의 전설’을 떠올리기도 했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어부들을 홀린다는 ‘사이렌’ 꿈을 꾸다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바다만큼 넉넉한 것은 없고, 그렇게 끈기 있는 것은 없다”고 표현한다.

바다에 나가지 않을 때면 두 사람은 스크로바 섬에 머무르며 섬의 리듬에 젖어들었다. 그는 “섬에서는 삶을 조망하기가 쉽다”고 말한다. 지리적으로 확실히 제한적이고 한눈에 섬 전체가 조망될 만큼 주민과 사건이 적어서다.

두 사람은 그린란드 상어 잡기에 성공했을까. 여행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두 사람의 배는 물 속 강력한 생명체에 의해 아래로 끌어당겨진다. 두 사람은 서서히 줄을 감아올렸다. 30분쯤 지나자 낚싯줄은 맥없이 끊어졌고, 물 속에서 거대한 회색 등이 사라졌다. 상어는 6m짜리 사슬이 달린 갈고리를 주둥이에 꽂은 채 어디론가 떠났다. 저자는 말했다. “이제부터 놈의 삶은 예전 같지 않으리라.”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