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투숙객 75%가 수건 재활용'…이 문구에 사람들 달라졌다
‘수건 하나를 여러 번 사용합시다.’ 여행이나 출장 때 호텔 객실에서 이런 내용의 메모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건 재활용 문제는 호텔 경영인들에게 큰 고민이다. 투숙객이 수건을 너무 자주 바꿔 사용하면 세탁을 위한 물 낭비가 심해진다.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문제도 있다.

고객의 태도를 바꿀 방법이 있을까. 미국 스탠퍼드대학은 세 가지 문구를 가지고 실험에 나섰다. ‘지구 환경을 지킵시다. 수건을 여러 번 씁시다.’ ‘우리 호텔 투숙객 대부분은 수건 하나를 여러 번 사용합니다.’ ‘이 객실에서 묵은 손님 중 75%가 최소한 한 번 이상 수건을 다시 씁니다.’ 가장 큰 효과를 낸 것은 수건 재활용을 26% 증가시킨 마지막 문구다.

리처드 니스벳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석좌교수는 《마인드웨어》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타인이 예상보다 더 훌륭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느낄 때 행동을 바꾼다”는 것. 저자는 “합리적인 판단의 규칙을 알면 우리에게 가장 이로운 행동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논리적인 생각법을 폭넓게 제안한다. 그는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안다고 단정하지 말라”며 “우리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의 상당 부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한다”고 지적한다.

제품 마케팅이나 사회적 캠페인을 펼치기가 까다로운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주민의 전기 사용량을 낮추기 위해 사회적 인센티브를 활용했다. 이웃보다 전기를 적게 쓰는 집 앞에 전기 사용량이 적다는 사실을 적어 붙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자는 “이때 가장 중요한 점은 웃는 얼굴을 함께 그려넣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바람직한 행동임을 짚었다는 얘기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 집 주인이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남들보다 전기를 적게 쓴다니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야. 이제부터 전기를 더 써야겠군.’

조향미 교보문고 강남점 과장은 “흥미로운 연구와 풍부한 사례를 엮어 생각의 원리를 깊이 있게 설명한 책”이라며 “앞으로 수많은 결정과 마주칠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