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1도…평년보다 최고 5도 상승, 26년 관측 사상 가장 높아
어패류 집단 폐사에 영향, 주춤하던 적조확산 조짐에 '한숨'


폭염으로 한반도 주변 바다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국립해양대기국(NOAA) 위성이 이달 9∼15일 관측해 국립수산과학원에 제공한 한반도 연근해 표면 수온 자료에 그대로 나타난다.

이 기간 한반도 연근해 표면 수온은 평균 27∼31도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보다 1∼5도 상승한 것이다.

통상 바닷물 수온 1도 상승은 육지의 기온 10도가 높아지는 것과 맞먹는 변화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상 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19일 "과거에도 한반도 연근해 수온이 30도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올해처럼 광범위하게 나타난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수산과학원은 1990년부터 NOAA에서 한반도 연근해 표면 수온 관측 자료를 받고 있다.

특히 서해와 남해 수온은 30도 이상을 기록한 가운데 제주도 연근해와 남해 연안은 31도까지 치솟았다.

동해안은 27∼29도를 기록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올해 여름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해수면 온도의 폭발적인 상승은 지난달 초 중국 양쯔강 중하류에 최근 7년 사이 가장 많은 비가 내려 동중국해로 물 폭탄(초당 7만㎥)이 쏟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수산과학원은 분석했다.

동중국해 저염수(염분 농도가 낮은 바닷물)가 표층 해류를 따라 서·남해로 유입됐고, 구로시오 난류 지류인 대마난류를 따라 동해안으로 퍼졌다.

평년 여름 한반도 연근해 염분 농도는 32∼33psu(practical salinity unit)를 보이는데 최저 21psu인 저염수가 물 위에 기름이 뜨는 것처럼 해수면에서 깊이 5∼10m까지 장악했다.

이 때문에 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서영상 과장은 "강한 햇볕에 노출된 양동이의 물이 적을수록 온도가 더 빨리, 더 많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태풍 등으로 저염수와 아래 바닷물이 빨리 섞이지 않으면 이 같은 양상은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수산과학원은 내다봤다.

연안 바닷물 온도도 평년보다 0.5∼5.8도나 상승해 좁은 가두리에 갇혀 지내는 양식 물고기와 패류에 치명타를 주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해양수산부가 접수한 어패류 집단 폐사는 전국적으로 138만 마리이고, 피해액은 22억2천만원으로 추산됐다.

피해는 특히 경남지역에 집중됐다.

볼락과 우럭 등 95만 마리가 폐사해 13억1천여만원의 손실을 봤다.

또 저염수 유입으로 주춤했던 유해성 적조가 확산 조짐을 보여 어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수산과학원은 17일 오후 8시를 기해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여수 돌산 해역에 적조 주의보를 발령했다.

현재 전남 여수시 일부 해역에는 7~480개체/㎖의 밀도로 소규모 적조 띠가 분포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