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00세 시대, 은퇴는 없다…'제2의 현역' 대비하라
“은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은 은퇴하지 않는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한 해 80만명 가까운 중년들이 주된 직장에서 물러나고 있다. 수명이 늘면서 100세 시대를 맞이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은퇴는 노후 빈곤이라는 냉혹한 현실로 은퇴자를 인도한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사람의 84%는 최소생활비(월평균 196만원) 마련도 어려울 만큼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14년 49.6%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1위다.

이처럼 노후의 삶이 불안할 거라고 알려주는 통계 자료는 넘친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한창 일할 나이의 중년 앞에 놓인 ‘은퇴 절벽’이다. 재무컨설팅 전문가인 문진수 씨는 《은퇴 절벽》에서 수많은 50~60대가 준비도 안전망도 없이 은퇴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연금 개시 시점까지 평균 10년 이상의 공백이 있는 데다 공적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50%도 되지 않아 삶의 질 저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됐다.

은퇴자들은 결국 생계를 위해 비자발적으로 노동시장에 다시 나서지만 기존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저임금 단순 노무직으로 내몰린다. 한국인들이 일에서 손을 놓는 실질 은퇴 연령은 남성 72.9세, 여성 70.6세다. 이 또한 OECD 국가 중 1위다. 가장 늦게까지 일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많은 금융회사는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려면 은퇴 전에 충분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구조’를 쌓아야 한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다. 이 인식의 기본은 30-30-40 인생 공식이다. 일생을 100년으로 가정할 때, 30년 동안 공부해서 30년 동안 일하고 60세 이후 40년간 노후를 보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30년간의 근로활동으로 생활비를 쓰고 자녀들도 키우고 이후 40년의 노후 준비까지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새 인생 공식으로 30-20-30-20을 제안한다. 20세부터 30세까지 준비 기간을 거쳐 20년을 살고, 다시 50세부터 60세까지 준비 기간을 거쳐 20년을 보내는 것이다. 이 주기에서 진정한 은퇴 연령은 80세다. 50세를 인생의 변곡점으로 삼아 전반부와 후반부로 두 덩어리의 삶을 설계하라는 얘기다. 따라서 은퇴 후를 대비하는 게 목적이라면 여유자금을 비축하는 것보다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은퇴는 산업혁명이 낳은 사회경제적 현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농경사회에서는 은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일의 강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사람들은 계속해서 일했고 뒷방 늙은이가 되기보다 현역으로 남길 바랐다. 산업혁명으로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노동이 필요해지면서 고용주들은 작업속도가 빠른 젊은이들만 원했다. 늙은 노동자를 쫓아내기 위한 방법으로 은퇴가 만들어지고 보상책으로 연금이 생겨났다는 것. 지식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주된 생산수단이 된 21세기에는 이런 은퇴의 개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