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는 한반도…외래해충 발생면적 넓어져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해충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무더위와 가뭄으로 서식지가 말라버린 모기는 날개가 꺾였다.

반면 서식환경이 유리해진 벌의 활동력이 왕성해지며 전국 소방서에는 벌집 제거 요청이 쇄도하고 벌 쏘임 환자도 속출했다.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 등 외래해충은 찌는 더위에 서식 반경을 넓혔고, 치명적인 병을 옮기는 야생진드기가 기승부렸다.

◇ 모기 날개 꺾이고…벌 비상(飛上)
여름철 대표 불청객 모기는 올해 들어 표나게 줄어들었다.

개인별 체감도는 다르겠지만, 모기 개체 수 감소는 보건당국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18일 질병관리본부 누리집 사전 공개 정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전국 10개 시·도 각 1개 지점에서 채집한 전체 모기 개체 수는 평균 6천264마리로 평년(2011∼2015년) 같은 기간 9천993마리와 비교해 37%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749마리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로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에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 개체 수(64마리)도 자연스레 줄어 평년(331마리) 대비 80.7%, 작년(102마리) 대비 37.3% 감소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1975년부터 일본뇌염 국내 유행 감시를 위해 유문등을 이용해 채집한 모기 개체 수를 파악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흰줄숲모기' 활동 억제를 위해 일찌감치 시작된 방역활동, 모기 서식지인 물웅덩이를 말려버린 폭염과 가뭄이 모기 개체수 급감에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무더위와 마른장마는 벌에게 이로운 생육환경을 조성해 전국 곳곳에서 '벌집과의 전쟁'이 벌어졌다.

중앙소방본부 집계 결과 지난달 전국의 벌집제거 출동 건수는 3만1천261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1만8천10건에 비해 무려 73.6% 증가했다.

벌에 쏘여 숨지는 사고도 속출했다.

지난 10일 오전 8시 30분께 충남 보령시 개화예술공원 인근 도로에서 포장 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이 벌에 쏘여 1명이 숨지고 1명은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지난 4일에는 강원 춘천시 남면 좌방산에서 등산하던 50대 여성이 벌에 쏘여 숨졌다.

올해 상반기 벌에 쏘여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 수는 모두 775명으로 집계됐다.

◇ 한반도 더워지면서 외래해충 기승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외래해충의 습격이 올해 들어 거세졌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달 4∼15일 조사한 올해 미국선녀벌레 발생면적은 9개 광역시·도, 60개 시·군에 걸쳐 8천116.4㏊에 이른다.

43개 시·군 4천25.7㏊에서 발생한 지난해보다 102% 증가했다.

경기도 자체 조사 결과 경기지역 발생면적은 8천816㏊로 농진청이 조사한 전국 발생면적보다도 넓다.

다른 시·도 역시 추가 조사에 나선다면 발생면적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물 즙을 빨아 먹고 그을음병을 유발하는 미국선녀벌레 발생면적이 늘면서 배, 포도, 인삼, 콩 등 주요 농작물 수확량이 20∼30%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과 인도 등이 원산지인 갈색날개매미충도 급속히 번지고 있다.

발생면적이 지난해 6천958.2㏊에서 올해에는 1만1천275.9㏊로 62.1%나 증가했다.

수액이나 과즙을 빨아 먹고 자라다가 여름·가을철에 나뭇가지 속에 알을 낳아 번식하는데, 방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묘목이 판매되는 내년 봄철 더 넓게 퍼질 수 있다.

2006년 1㏊에 불과했던 꽃매미 발생면적은 10년 만에 12개 시·도, 83개 시·군의 2천561.3㏊로 급증했다.

2014년 1천799.6㏊에서 지난해 1천175.9㏊로 34.7%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올해 다시 117.8%의 증가율을 보였다.

꽃매미는 포도나무 등 과수에 침을 꽂아 수액을 빨아먹으며 과수 생장을 지연시키고 그을음병을 유발한다.

농진청 관계자는 "비가 많이 자주 오면 외래해충 치사율이 높아질 텐데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란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올겨울 기온이 뚝 떨어지지 않으면 내년에는 발생면적이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더위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야생진드기'(작은소참진드기)도 기승이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웹통계에 따르면 야생진드기를 통해 옮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 수는 2013년 36명(17명 사망), 2014년 55명(16명 사망), 2015년 79명(21명 사망), 올해 8월 17일 현재 기준 50명으로 매년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야생진드기 전문가인 이회선(56) 전북대 새물환경화학과 교수는 "올해 폭염이 지속하면서 표본을 채취하러 현장에 나가면 지난해보다 1.5배 정도 많은 야생진드기가 잡힌다"며 "야생진드기는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치사율이 높다.

2013년에는 치사율이 40%를 넘어섰고, 그 뒤로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2013년 이후 30%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생진드기는 주로 천변이나 강가 등 물이 있는 곳에 서식하고 흡혈할 수 있는 가축이 많은 축사 주변에 서식한다"며 "농민과 피서를 위해 강변이나 캠핑장을 찾은 피서객들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진방 박영서 박정헌 심규석 이승민 이재림 정회성)


(전국종합=연합뉴스) 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