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뭐든 사고 팔 수 있는 시대, 장바구니에 담겨선 안될 것들
안산시가 지난 6월30일 개관한 영어·미디어 특화 도서관인 안산미디어라이브러리의 자료실 서가를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부제가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다. 저자는 마이클 샌델이다. 샌델에 대해서는 몇 년 전 《정의란 무엇인가》가 번역 출판돼 붐이 일었을 때 서점에서 책을 사 몇 쪽 읽은 적이 있다. 읽다 보니 기대한 만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 아닌 것 같고 분량도 많아 보여 천천히 읽으려고 덮어뒀다. 이 책이 거실 책장에 장식용으로 꽂혀 있어 아쉬움이 남던 터였다. 이번 책은 분량도 적당하고 책 구성을 보니 한번 읽어봄 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샌델이 2012년부터 하버드대에서 ‘시장과 도덕’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한 내용을 묶었다. 강의 첫날, 수강 신청을 하지 못한 학생들도 몰려드는 바람에 더 넒은 강의실로 장소를 옮기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거의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30여년을 거치면서 시장 및 시장가치가 유례없이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게 됐다.”

[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뭐든 사고 팔 수 있는 시대, 장바구니에 담겨선 안될 것들
저자는 우리가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걱정한다. 왜 이걸 걱정해야 할까? 저자는 이런 사회에서는 불평등(불공정)과 부패가 판을 친다고 우려한다. 우리가 아무 의식 없이 정당하게 받아들이는 아주 낯익은 것들, 이를테면 새치기나 인센티브 같은 사례를 들어가며 시장의 불공정과 부패가 얼마나 위험한지 얘기한다. 이런 것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만을 키우고 사회 질서를 무너뜨린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저자의 얘기를 듣다 보면 “아니오”라고 대답하게 된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도덕적·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감히 자답해본다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하고 이런 부분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감수한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해제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 깊이 드리워진 그림자는 경제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정치의 참 의미를 망각한 채, 국가의 부를 좀 더 늘리면 시민들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됐다. 더 나아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조차 돌아보지도 못한 채 좀 더 부자로 살아보려는 그릇된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우리 자신의 탓도 크다. ” 이 책이 우리 사회에서 인간성의 가치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336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