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핵의 ‘불새’
엠마 핵의 ‘불새’
호주 출신 미술가 엠마 핵(44)은 인체를 캔버스 삼아 주변 환경의 색과 일치시키는 카무플라주 아트(camouflage art: 위장미술)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18세 때 보디페인팅 작업을 시작한 그는 2005년부터 사람의 몸을 주변 환경과 비슷하게 채색해 드러나지 않도록 숨기고, 이를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해왔다. 2011년에는 싱어송라이터 고티에와의 협업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어 2013년 그래미상을 받기도 했다.

회화와 조형, 퍼포먼스와 사진을 조화롭게 연계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첫 국내 개인전을 열고 있다. 사비나미술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한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보디 플라워(Body Flower)-우리 몸이 꽃이라면’. 조선시대 풍속화가 김홍도의 대표작 ‘하화청연도’를 배경으로 제작한 영상을 비롯해 디자이너 플로렌스 브로드허스트와 협업한 작품, 중국 청화백자에서 힌트를 얻은 작품 등 근작 49점을 내놓았다.

작가는 “자연과 인간(모델)을 의도적으로 재결합해 육체와 정신, 영혼과 실존의 새로운 관계를 시도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외부와 내부, 실상과 관념의 세계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얘기다.

2010년 초부터는 모델 앞에 부엉이 앵무새 캥거루 도마뱀 까마귀 등 각종 동물을 배치했다. 최근에는 모델을 배경보다 앞쪽에 세우거나 특수렌즈를 이용한 이미지로 착시 효과를 유도하는 등 작업 반경을 넓히고 있다. 오는 10월30일까지. (02)736-437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