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난 자존감 높은 사람이야!"…아무리 외쳐도 소용없는 까닭
자존감은 요즘 수많은 사람의 고민 키워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자신의 자존감이 낮은 것 같다며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흔히 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자존’만 써넣어도 곧바로 ‘자존감 높이는 법’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 등이 추천 검색어로 등장한다. 몇 가지 행동양식을 따라 하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삶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광고도 수두룩하다.

류샹핑 중국 베이징사범대 심리학대학원 교수는 《자존감이라는 독》에서 “자존감 추구가 병적 수준에 이르렀고, 자존감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낮은 자존감을 고민하고, 높은 자존감을 추구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높은 자존감을 원하다 보면 자기 평가에 집착하기 십상이다. 저자는 “의식적으로 자존감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일의 가치를 과장하고, 이를 자신의 전체 가치로 확대해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실수나 실패, 비판이 성장의 발판이 되는 대신 자아를 위협하는 요소로 변질된다.

의식적으로 자존감을 높이려는 시도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자존감은 타고난 기질에 환경과 심리적 요인이 더해져 형성된다. 높은 자존감의 특징 몇 가지를 모방해봤자라는 얘기다. 저자는 “거울 앞에서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고 중얼거리는 식의 자기 주입 훈련으로는 자존감을 향상할 수 없다”며 “오히려 스트레스와 초조함을 일으켜 부정적인 자기 개념을 형성하기 쉽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자존감이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행동, 생각이 자존감을 좌우한다”며 “자존감을 변화시키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건강한 자아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자존감 대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추구하라는 얘기다.

공현철 교보문고 광화문점 북마스터는 “자존감의 높고 낮음보다 자존감의 바탕과 안정감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