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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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선택이다.” 블루오션 전략, 리엔지니어링, 변화관리, 알고리즘 전략, 식스 시그마 등 그동안 숱한 전략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도대체 이들 가운데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경영자들에게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책마을] 팔레트 위 물감처럼…경영전략도 잘 섞여야 통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시니어파트너인 마틴 리브스 등 세 명이 쓴 《전략에 전략을 더하라》(한국경제신문)는 특정 환경에 적합한 전략의 선택을 심층적으로 다룬 책이다. “당신의 기업이 처한 경영환경에 꼭 맞는 전략을 선택하라!”는 단 한 문장으로 책의 핵심을 요약할 수 있다. 요즘 경영자들은 전략이나 전략 선택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정성을 들여 기본 원칙으로 삼았던 전략이 환경 변화에 따라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변질되고 마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어떤 경영자는 더 이상 전략이 필요 없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전략 선택 안내서인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전략팔레트’에 들어 있다. ‘팔레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러 색의 물감을 짜놓고 필요한 색을 선택하거나 혼합하는 판이다. ‘전략팔레트’는 전략 수립을 위한 여러 방식을 한곳에 모아두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고 혼합하는 프레임워크를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특정 환경에 적합한 전략 수립 방식이 있다’는 가설에 바탕을 두고, 경영자들로 하여금 특정 상황이나 환경에 맞는 전략을 어떻게 선택할지를 가르쳐 준다. 또한 다양한 환경이나 변화를 거듭하는 환경에서는 전략을 어떻게 혼합할지도 말해준다.

‘전략팔레트’의 기본 색은 다섯 가지의 전형적인 전략 수립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 방식들은 지리적인 문제로부터 산업, 기능, 라이프 사이클 단계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기업이 마주하는 특정 환경에 맞춰 적용할 수 있다.

경영 관련 서적은 다소 어렵게 보인다. 따라서 독서 초기 단계에서 책의 얼개를 확실히 정리한 다음 읽기를 시작해야 한다. 환경은 다섯 가지로 나눠지며 전략 수립 방식은 일곱 가지로 구성된다. 다섯 가지 경영환경은 △예측 가능성, 변형 가능성, 혹독한 정도의 측면에서 전통적 환경 △적응형 환경 △예지적 환경 △개척형 환경 △재생이 필요한 혹독한 환경으로 구분된다. 이들 환경의 속성에 따라서 전략 수립 방법과 실행 방식이 달라진다.

이 책은 1장 ‘전략 수립에도 전략이 필요하다’에서 ‘환경과 전략 수립 방식’의 전체 틀을 소개한 다음 일곱 가지 전략 수립 방식을 하나씩 다루는 형태로 8개 장으로 구성됐다.

첫째 전통적 환경은 기업들이 이미 확실하게 자리 잡고 경쟁 기반이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시장이다. 여기에서는 ‘전통적 전략’ 수립 방식인 ‘대형화를 꾀하라’(2장)를 제안한다. 전통적 환경에 처한 기업들은 자신들이 환경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큰 규모와 차별화, 그리고 역량을 바탕으로 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둘째 적응형 환경은 경영환경의 예측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경쟁 우위가 오래가지 못하는 환경이다. 기술 서비스 산업계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적응형 전략’ 수립 방식인 ‘신속하게 움직여라’(3장)를 제안한다. 지나친 계획과 분석에 의존하기보다는 실험을 강조한다. 변화의 징후를 포착하고 실험을 장려하며 외부지향성, 상향식 계획 수립,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 구성을 선호해야 한다.

셋째 예지적 환경에서는 하나의 기업이 산업을 창조하거나 재창조할 수 있고 시장을 개발하거나 기존 시장을 파괴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예지적 전략’ 수립 방식인 ‘선도자가 돼라’(4장)를 제안한다. 기회가 생기고 나서 다른 경쟁자들이 최초로 반응할 때까지 짧은 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타이밍이 중요하다. 대규모 기업이 소규모 아웃사이더로 말미암아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대응책이 필요하다.

넷째 개척형 환경은 미성숙 단계에 있는 역동적인 산업과 파괴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산업에서 나타난다. ‘개척형 전략’은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하라’(5장)는 것이다. 개척형 환경에서 기업은 협력을 통해 환경 변화에 맞서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략수립 방식들과 확연하게 다르다.

끝으로 재생적 환경은 외부환경이 너무 도전적이어서 현재의 사업운영 방식을 지속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재생적 전략’ 수립 방식인 ‘생존을 확보하라’(6장)고 제안한다. 먼저 자원을 절약해 생존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곳에서만 활용하고 장기적 번영을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신속한 전환이 필요하다.

환경에 따른 전략의 선택을 다룬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야심작이다. 전략의 선택을 개념적 틀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