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문예지 창간 잇달아…독자들도 호응

출판계에 젊고 대중적인 감각의 문예지 창간 붐이 일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문학계 안팎에서 비판받아온 문단 권력의 영향에서 벗어나 젊은 문인들 또는 출판사 내부 편집자들이 주도해 만든 새 문예지들이 책으로부터 멀어진 독자들을 얼마나 유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지난해 창간한 문예지들의 경우 초기부터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순조롭게 착근하는 양상이다.

이런 새 문예지들의 행보가 문학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 은행나무 '악스트' 이어 민음사 '릿터' 창간
새 문예지 창간 흐름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출판사 은행나무는 지난해 7월 초 소설에만 특화한 격월간 문예지 '악스트'(Axt)를 창간했다.

기존의 전통적인 문예지와 달리 시와 평론 없이 국내 소설가의 새 장·단편소설과 국내외 소설 서평, 소설가 인터뷰 등 오롯이 소설에만 집중했다.

또 젊은 편집장과 편집위원, 현대적인 콘텐츠를 내세워 문학계 원로들이 많이 참여하는 기존 문예지와 차별화를 꾀했다.

비슷한 시기 출판사 문학동네 임프린트(하위 브랜드) 엘릭시르도 장르소설 전문 격월간 '미스테리아'를 창간했다.

창간 이후 이 잡지는 한국 미스터리 소설의 역사와 현황을 정리했고 스릴러와 스파이 소설을 깊이 있게 다뤘다.

이에 더해 출판사 민음사가 1976년부터 발행한 계간 '세계의 문학'을 지난해 말 폐간하고 이달 새 문예지 '릿터'(Littor)를 창간했다.

민음사 역시 젊고 새로운 감각의 문예지를 표방하며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로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공언했다.

이 잡지는 시, 소설, 에세이 등 여러 장르를 다루지만, 기존의 '세계의 문학'과 달리 외부 문인이나 문학평론가의 편집 참여 없이 출판사 내부의 젊은 편집자들이 주축이 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문단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성작가나 평론가의 입김에 좌우되기보다 그때그때 변하는 독자들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출판사 창비도 올해 창간 50주년을 맞은 전통 문예지 '창작과비평'과 별도로 새로운 문예지 창간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잡지가 최근 다양한 문학 조류를 담아내는 데 제약이 있다고 판단하고 젊은 감각의 잡지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창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내부 논의 중이지만 늦어도 올해 안에는 창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악스트' 1만 부, '미스테리아' 3천∼4천 부 판매…"성공적"
지난해 창간된 문예지들의 1년간 성적표는 우선 합격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창간된 '미스테리아'는 매호 평균 3천∼4천 부씩 팔렸다.

특히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이 분야에 특화한 양질의 콘텐츠를 담은 잡지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미스테리아 김용언 편집장은 "출판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과 근접한 성과를 내고 있다.

가격이 1만4천원 수준으로 어지간한 단행본보다 비싼데도 유료 독자들을 이만큼 모은 것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악스트'는 현재 7호까지 발간돼 그중 네 호가 각 1만 부씩 팔려나가 인쇄된 분량이 매진됐다.

한 권 가격이 2천900원으로 다른 단행본이나 잡지보다 저렴한 점도 판매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악스트 백다흠 편집장은 "잡지 포맷이 기존 문예잡지와 달라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다.

소설 독자만 구체적으로 겨냥한 기획과 가격 저항이 낮다는 점도 주요 성공 요인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악스트를 창간할 당시 문학과 소설 시장이 많이 위축돼 있던 상황에서 다른 색깔의 기획을 실험적으로 해본 것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져 다른 출판사들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굉장히 반가운 일이고, 그동안 문학 시장이 너무 작았는데 이런 시도로 독자들의 관심이 늘면 문학계가 함께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일 '릿터' 창간 기자간담회를 연 민음사도 "기존의 문학 독자들뿐 아니라 새로운 젊은 독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들이 문학잡지를 통해 다양한 문학 작품에 관심을 갖고 책을 찾아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