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행위미술 1세대 작가 이건용 화백이 오는 30일 갤러리현대에서 개막하는 개인전에 출품할 1979년작 추상 설치미술 ‘신체드로잉’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 행위미술 1세대 작가 이건용 화백이 오는 30일 갤러리현대에서 개막하는 개인전에 출품할 1979년작 추상 설치미술 ‘신체드로잉’을 설명하고 있다.
이우환, 천경자 등 유명 화가들의 미술품 위작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미술동네 ‘잔치’는 계속된다. 하반기 미술시장 판세는 김환기와 단색화 열풍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전시를 미루던 국내 인기 추상화가 초대전과 해외 작가들의 작품전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그동안 저평가된 추상화가들이 하반기 미술시장 테마주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9, 10월 잇달아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9월2일~11월6일), 부산비엔날레(9월3일~11월30일), 미디어시티서울(9월1일~11월20일), 한국국제아트페어(10월12~16일) 등 굵직한 미술행사에는 국내외 작가 1000여명의 작품 5000여점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최욱경·백영수·이건용·김기린 등 출동

유영국·최욱경·김기린…추상화 잔치는 계속된다
주요 화랑과 미술관들은 작고 작가 신성희, 최욱경을 비롯해 백영수, 방혜자, 신학철, 이건용, 김구림, 김기린, 아니쉬 카푸어(영국), 올라푸르 엘리아손(덴마크), 팡리준(중국), 데이비드 오케인(아일랜드), 에마 핵(호주) 등 국내외 인기 작가 100여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상업 화랑들은 미술애호가들을 흥분시킬 만한 추상화가와 해외 작가, 민중화가 중심의 선별적인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갤러리 현대는 오는 30일 한국 전위미술 1세대 작가 이건용 화백의 작품전을 개막한다. 설치·개념미술의 도입과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이 화백의 단색화와 다양한 설치작업을 만날 수 있다. 10월에는 모노크롬 회화의 선구자 김기린 화백을 초대해 물감을 흩뿌린 형태의 단색화를 소개한다. 현대화랑은 작고한 추상화가 신성희 화백과 ‘빛의 화가’ 방혜자 화백의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국제갤러리는 하반기에도 추상화와 해외 작가 작품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고(故) 최욱경 화백과 인도 출신 설치작가 아니쉬 카푸어로 승부를 걸 방침이다. 최 화백은 현대 추상미술 유파 가운데 추상표현주의를 처음으로 도입한 작가이면서 대표적인 여성 현대미술 화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화랑(김태호), 아라리오 갤러리(김구림), 선화랑(곽훈)도 한국 추상화의 흐름을 보여줄 예정이다.

학고재갤러리는 8~9월에 한국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신학철과 중국 리얼리즘 작가 팡리준의 개인전을 동시에 열어 한국과 중국 참여미술의 참맛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트사이드갤러리는 김환기 장욱진 이중섭 유영국 등과 1940년대 ‘신사실파’ 동인으로 활동했던 백영수 화백의 개인전을 9월에 연다. PKM갤러리(배영환), 바톤갤러리(데이비드 오케인), 리안갤러리(토니 배븐), 이화익갤러리(최영걸) 등도 유망 작가의 신작을 내보일 예정이다.

◆리움, 올라퍼르 엘리아손 초대

국내 주요 미술관들도 미술품 애호가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보따리 작가’로 유명한 김수자 작품전을 열고 있고, 덕수궁관은 이중섭 작품 200여점을 오는 10월3일까지 선보인다. 10월21일부터는 한국 추상화 영역을 개척한 유영국 화백의 회고전이 시작된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한국 근현대의 여인을 그린 다양한 미인도를 모아 전시하는 ‘미인도취’(10월25일~12월4일)를 기획했다.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신윤복 등 같은 전통 회화 양식의 작품뿐만 아니라 현대 작가들이 새롭게 해석해 그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삼성 리움미술관은 10월 덴마크 설치작가 올라퍼르 엘리아손의 신작과 구작을 아우르는 대규모 개인전을 계획 중이다. 서울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은 백남준 소장품을 모은 페스티벌 형식의 기획전과 천경자 1주기 추모전, 대림미술관은 ‘색, 다른 공간 이야기’, 사비나미술관은 위장미술의 선구자 에마 핵 초대전, 금호미술관은 참여미술 작가 민정기의 개인전을 이어간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은 “가족, 연인끼리 손잡고 전시장을 찾아 큐레이터들의 해설을 듣고 작품들을 감상한다면, 눈도 즐겁고 문화적 소양도 쌓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