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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이 미국 ABC TV의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해 가장 뛰어난 인간 참가자 두 명과 대결해 이겼다. 왓슨은 말장난과 은유가 포함된 미묘한 인간의 자연어 질문을 듣고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백과사전을 비롯해 수백만쪽에 이르는 자연어 문서를 읽고 이해하고 답을 찾아내 말로 표현했다.

[책마을] 클라우드는 또 다른 뇌…당신의 마음도 '업로드' 된다
구글의 머신러닝 및 자연어 이해 구현 책임자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마음의 탄생》에서 인공지능 기술은 머지않아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여겨지는 ‘의식’까지 갖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한 마음을 탐구하는 것은 뇌의 작동 원리를 규명해 이를 바탕으로 더 강력한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계층적 사고를 할 수 있고, 다양한 요소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만들어내는 구조를 이해할 수 있으며, 그 배열을 기호로 재현할 수 있다. 이 같은 작업은 ‘신피질’이라는 뇌 구조가 수행한다. 왓슨이나 시리(Siri·아이폰의 개인비서) 같은 제품에 적용된 인공지능 기술이 생물학적인 진화의 결과인 신피질이 작동하는 방식과 수학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활용했다. 딥러닝은 패턴인식기를 계층적으로 쌓아 층을 거쳐 올라가면서 고차원적인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기법이다. 패턴인식기 모듈을 계층적으로 쌓아 학습을 시키면 초차원적인 개념까지 인식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앞으로 출현할 뛰어난 성능의 인공지능은 복잡한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이처럼 작은 모듈들이 계층적으로 결합된 형태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이전의 ‘전화기’보다 훨씬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MIT 학부에 다닐 때 학교에서 사용하던 공용 컴퓨터보다 성능은 수천 배 강력하지만 가격은 100분의 1에 불과하다. 40년 전 건물을 한가득 채우던 기계가 지금은 주머니에 들어가는 기기가 됐듯이 20년 후에는 혈관으로 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낸 지능기술과 우리는 한 몸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혈관에 들어간 지능 나노로봇은 우리의 생물학적 몸을 세포와 분자 수준에서 건강한 상태로 유지해 줄 것이다. 모세혈관을 통해 뇌에 비침투 방식으로 접근해 생물학적 뉴런과 상호작용하며 지능을 직접 확장해 줄 수도 있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혈관에 넣어 동물의 1형 당뇨를 치료하고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 혈액세포 크기의 기기가 개발된 상태다.

기술 진보는 생물학적인 진화보다 100만배 더 빠르게 진행된다.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물질과 에너지를 ‘컴퓨트로늄(computronium)’이라고 한다. 컴퓨트로늄은 인간의 뇌보다 훨씬 작은 크기에 훨씬 강력한 지능을 주입할 수 있다. 인간-기계의 모든 지식을 구성하는 지적인 알고리즘을 주입할 수도 있다.

저자는 최근 《지능기계의 시대》 《21세기 호모사피엔스》 《특이점이 온다》에서 예측한 것들이 얼마나 맞았는지 검토하는 보고서를 썼다. 1990년대에 썼던 《21세기 호모사피엔스》에서는 10년 단위(2009년, 2019년, 2029년)로 수백개의 예측을 했다. 예컨대 2009년에는 147개를 예측했는데 그중 115개(78%)가 2009년 말까지 완전히 실현됐다. 정보기술의 능력과 가격 대비 성능의 기본적인 수준에 관한 예측은 특히 정확했다. 맞은 거나 다름없는 것을 포함해 127개(86%)가 맞았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기기와 클라우드 컴퓨팅은 우리 몸과 연결돼 있는 ‘확장된 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클라우드는 이미 우리 자신의 일부가 됐다. 뇌가 이런 비생물학적 지능을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우리의 지능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주 전체에 비생물학적인 형태의 지능을 확산하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예컨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 벽의 구멍인 웜홀(worm hole)을 활용해 빛의 속도를 능가할 수 있다면 몇 세기 안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시나리오로 나아가든, 우주를 깨우고 그다음 우주의 비생물학적 형태에 인간의 지능을 주입함으로써 우주의 운명을 지능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나아갈 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