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시벨리우스는 교향악, 실내악도 그렇지만 19세기 바이올린 협주곡을 대표하는 이름들이다. 사실상 단 한 곡씩만 남겼다는 공통점도 있다. 대부분의 작곡가는 피아노로 훈련받기 때문에 바이올린 협주곡을 쓸 때는 연주자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했으리라.

이 중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의 최고 미덕은 ‘격조’에 있다. 특히 1악장이 그렇다. 25분 가까이 지속되는 긴 악장이지만 한 번도 스스로 흥분하거나 관객을 열광시키려는 시도조차 없이 거대한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간다. 사색하기에 좋고, 분노를 다스리기에도 좋으며, 심지어 수면용으로도 그만이다. 베토벤 자신이 카덴차(악장 말미의 기교적 독주부)를 남기지 않았기에 연주자마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