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기에 따라 감정료 달라…25만∼60만원
유통경로·안목감정 거쳐 진위 판단…3점 중 1점은 위작

최근 미술계에 잇따라 위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내 대표적 미술품 감정기관인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하 감정평가원)의 감정절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랑업계와 미술학계가 공동 설립한 감정평가원은 경찰이 위작이라고 판단한 이우환 화백의 작품 중 2점에 대해 진품으로 판정한 바 있다.

5일 감정평가원에 따르면 감정은 크게 서양화와 동양화로 나눠 이뤄진다.

작품 감정료는 작가와 작품 크기 등에 따라 25만원(모든 감정료는 부가가치세 별도)부터 60만원까지 다양하다.

생존 작가보다는 작고한 작가의 감정료가 더 비싸다.

생존 작가 작품은 25만원, 작고 작가 작품은 30만~40만원이다.

그러나 생존 여부보다는 시장에서의 인기가 감정료 책정의 가장 큰 척도라고 감정평가원은 설명했다.

감정평가원은 미술시장에서 인기있는 주요 작가를 총 3그룹으로 나눠 감정료를 별도 책정했다.

3그룹은 김환기, 박수근, 도상봉, 오지호, 이중섭, 장욱진 등 작고 작가들이, 1그룹은 정상화(84), 박서보(85), 하종현(81) 등 생존 작가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의 김인아 실장은 "3그룹은 가장 인기있는 작가들이자 감정 의뢰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작가들"이라고 설명했다.

3그룹 작가의 작품을 감정받으려면 수채화·드로잉·판화는 40만원, 유화는 60만원을 각각 내야 한다.

생존 작가가 있는 1그룹은 10호 미만 유화는 25만원, 10호 이상 유화는 40만을 내면 진위를 감정해준다.

3그룹과 1그룹 사이의 2그룹은 '설악산의 화가'로 유명한 김종학(79) 화백, '물방울 화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김창열(87) 화백, 최근 위작 논란에 휩싸인 이우환(80) 화백, 한국적 풍경을 원색의 점묘로 그린 고(故) 이대원 화백이 속해 있다.

2그룹은 3그룹을 추격하는 인기 작가들로, 10호 사이즈를 기준으로 감정료가 40만원과 60만원으로 나뉜다.

동양화도 비슷한 기준으로 감정료가 책정돼 있다.

생존 작가(25만원)보다 작고 작가(25만~30만원)의 작품 감정료가 더 비싸다.

작가별로는 변관식, 이상범, 천경자, 김기창 등 유명 작가 작품의 감정료가 높게 형성돼 있다.

고미술에서도 단원, 혜원, 오원, 겸재, 현재, 공재 등 '3원 3재' 작가 작품의 감정료는 40만원으로 일반 고미술 작가 작품보다 10만원 비싸다.

동양화에서 가장 감정료가 높은 작가는 천경자다.

천 화백의 채색화(3호 이상) 감정료는 60만원이다.

위작이 많다거나, 진위 판정의 난이도 등은 감정료 책정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감정평가원의 김 실장은 "감정이 쉽다 어렵다는 계량화가 곤란하다.

모든 작품은 똑같은 기준에서 감정하며 주요 작가라고 더 주의 깊게 본다거나 위작이 많은 작가라고 다른 방법으로 감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 인기가 많고 거래가가 높은 작가일수록 감정 의뢰가 많고, 이렇게 감정 의뢰가 많으면 그만큼 위작으로 판정될 확률도 높다고 김 실장은 덧붙였다.

작품 감정은 최소 7명, 많게는 13명의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진행한다.

감정평가원은 50여명의 감정위원을 두고 있으며 이들 위원은 미술사 전공자, 전시 기획자, 평론가, 화랑 운영자 등 대개 본업이 따로 있다.

감정위원들은 작품의 출처나 유통 경로를 입증하는 일차적 자료를 토대로 각자의 전문분야에 따라 '안목 감정'을 실시한다.

이 때 색감이나 붓 터치, 사용된 재료, 전체적인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작가에 따라 유족 등이 감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안목 감정에선 무엇보다 작가의 생애 전반과 작품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감정평가원의 김인아 실장은 강조했다.

만약 단번에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추가로 회의를 열어 재감정한다.

감정위원의 약 3분의 2 이상 의견 일치를 이뤄야 최종적으로 진위 판정이 내려진다.

김 실장은 "예를 들어 10분 중 1~2분만 가짜로 판단하면 이분들의 양해를 구해 진품 판정을 내리고, 진품과 가품 견해가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면 '불능' 판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거쳐 진품으로 감정되면 감정평가원 이름으로 감정서를 발급해준다.

진품의 경우 의뢰자의 희망에 따라 추가 금액을 받고 시가도 평가해준다.

한편 최근 3년간 감정평가원이 감정한 작품 1천569점 중 587점이 위작으로 나타났다.

3점 중 1점꼴로 위작이라는 의미다.

감정평가원이 지난 2013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03~2012년 사이 가장 많이 의뢰가 들어온 작가는 천경자(327점)였으며 김환기(262점), 박수근(247점), 이중섭(187점), 이대원(186점), 이우환(171점)이 뒤를 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