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음향테스트 공연 공개…울림 커 적응시간 필요할 듯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운 적막 속 매우 여린 피아니시시모부터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역량을 최대치로 쏟아내는 교향곡의 절정까지. 또렷하고 맑은소리가 풍성하게 합쳐지며 온몸을 휘감았다.

28년 만에 서울에서 문을 여는 클래식 전용 공연장 '롯데콘서트홀'이 개관 한 달여를 앞두고 음향테스트 공연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오는 8월 18일 개관공연과 함께 첫발을 내디디는 '롯데콘서트홀'은 1988년 예술의 전당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 문을 여는 클래식 전용홀이다.

클래식 전용홀은 전기 음향을 사용하지 않고 연주자가 내는 소리 그대로를 감상하도록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2의 악기'로도 일컬어진다.

무대 위에서 내는 소리가 홀 내부에서 풍부하게 울리면서(잔향) 객석 구석구석까지 또렷하게 전달되느냐가 좋은 콘서트홀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롯데콘서트홀의 음향은 일본 도쿄 산토리홀과 미국 LA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등 소리 좋기로 이름난 세계적 콘서트홀의 음향 설계를 했던 '나가타 음향'의 도요타 야스히사가 맡았다.

또 포도밭처럼 여러 구획으로 나뉜 각 구역의 객석이 무대 사방을 둘러싼 형태의 '빈야드'(Vinyard) 구조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과연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클래식 음악팬들의 관심이 일찍부터 뜨거웠다.

지난 1일 공연은 개관 전 롯데그룹 임직원 가족을 상대로 진행한 14차례 테스트공연 가운데 마지막 시험 무대였다.

롯데콘서트홀은 지난 3월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등 관현악뿐만 아니라 현악 및 관악 앙상블, 성악 리사이틀, 파이프오르간 연주, 국악, 재즈까지 다양한 공연으로 음향을 테스트했다.

이날 테스트공연에는 지휘자 임헌정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초청돼 1부에서 슈만의 '첼로 협주곡'을, 2부에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연주했다.

사진과 영상 촬영을 위해 공개된 드레스 리허설 초반 30여 분과 본공연을 통해 들어본 롯데콘서트홀의 소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코리안심포니 단원들이 리허설을 준비하며 조율과 연습을 하는 동안 연주자들이 입장하는 문을 통해 홀 내부로 들어서자 울림 좋은 소리가 온몸을 감쌌다.

무대 뒤에서는 악기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다가 입장과 함께 쏟아져 내리는 듯한 소리에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온 듯했다.

제2롯데월드 건물 7∼11층을 아우르는 높이에서 오는 웅장함, 5천여 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정면의 파이프오르간, 벽면의 아치형 구조 등 홀 내부를 흐르듯 감싸는 곡선 구조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도 상당했다.

환상교향곡으로 드레스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객석을 두루 이동하며 들어봤는데 아주 작고 여린 소리도 놓치지 않고 명징하게 전달됐다.

무대 위의 임헌정 지휘자가 그리 높지 않은 음성으로 내리는 지시를 무대에서 먼 객석에서도 무리 없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와 관련, 설계와 시공을 총괄한 DMP건축의 박세환 상무는 실내소음 평가 척도인 NC(Noise Criteria)를 세계 정상급 공연장 수준인 NC15 이하로 맞추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국내 최초로 홀 전체를 콘크리트 이중구조체로 둘러싼 '박스인박스' 형태로 지어 지하철과 쇼핑몰은 물론 각종 기계장치의 진동과 소리를 철저히 차단했다.

또 벽체는 1㎡당 50㎏, 천장에는 100㎏에 이를 정도로 무겁고 밀도 높은 석고 자재를 사용해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고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하는 음악평론가 최은규는 함께 리허설을 관람한 뒤 "음색이 고급스럽다.

현악기 피치카토(손가락으로 현을 퉁겨 내는 주법)의 섬세한 소리나 관악기가 지속음을 낼 때의 오르간 같은 느낌 등 음색이 아주 멋있게 표현된다"고 높이 평가했다.

긴 잔향 시간에서 오는 울림도 상당했다.

중앙 앞쪽 좌석에서는 흡사 목욕탕 안에 있는 듯 울림이 컸다.

관객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임을 고려해야겠지만 기존 국내 공연장들보다 잔향 시간이 긴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롯데콘서트홀은 잔향 시간이 만석 기준 2.5초이고 공석 시에는 3.1초까지 측정됐다고 밝혔다.

같은 나가타음향에서 음향설계를 맡아 지난해 개관한 '필하모니 드 파리'가 만석 기준으로 2.6초, 산토리홀이 역시 만석 기준 2.1초인데 비슷하거나 더 긴 수준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개관 당시 1.9초였다가 2005년 내부 개선을 거친 뒤 2.0초를 넘겼다.

울림이 워낙 좋다 보니 무대에 가까운 정중앙에 앉아서 들을 때는 소리가 뒤섞여 들리기도 했다.

특히 템포가 빠르거나 음량이 커지는 부분은 더했는데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단원들끼리 서로 소리를 듣고 맞추기가 쉽지 않을 듯했다.

최은규 평론가는 "잔향이 풍부해 울림이 큰데 잔향 시간은 다양한 흡음 방법으로 조절할 수 있어 안 울리는 것보다 잘 울리는 편이 낫다.

연주자 입장에서는 빠르게 진행되는 부분에서 다른 연주자들 소리를 듣기 어려울 수 있으나 그런 부분은 홀에 익숙해지면서 맞춰가면 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콘서트홀 측에서는 재즈 등 잔향 시간을 줄여야 하는 공연에 대비해 발코니석 하부에 흡음 커튼과 무대에 덮을 매트, 목재로 된 좌석 헤드에 씌울 천 소재 덮개 등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측면이나 2∼3층 객석에서는 울림이 덜한 대신 한결 정돈된 소리가 들렸다.

벽체처럼 음향 반사판 역할을 하는 구조물에 가까울수록 직접음과 반사음의 시차가 작아 소리가 명료했는데 롯데콘서트홀은 객석 구역을 나누는 중간벽이 곳곳에서 소리를 잡아줘서인지 다양한 좌석에서 만족스러운 감상이 가능했다.

전문가들이 꼽은 명당도 좋은 시야가 확보되는 객석 1층 중앙의 객석보다는 2층이나 3층, 또는 측면 객석의 중간벽 부근 좌석들이었다.

다만 무대 측면 맨 위층의 경우 다른 좌석보다 소리가 날카롭게 들리는 점이 아쉬웠다.

특히 현악부는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본공연은 정면인 C구역 7~8열에서 감상했다.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구역에 바로 뒤에 중간벽을 등진 좌석으로 협주곡과 교향곡을 연주할 때 차이가 꽤 있었다.

총 2천36석 가운데 절반을 넘는 1천123명의 관객이 들어찼는데 리허설 때와 울림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최은규 평론가는 "1부의 협주곡은 잘 울리면서도 소리가 뭉치지 않고 잘 들렸다.

마치 마스터링한 음반을 듣는 듯 잘 다듬어진 소리로 음색도 굉장히 맑고 밝으며 풍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전반적으로 스케일이 더 큰 교향곡은 '큰 울림통 안에서 듣는 느낌'이어서 듣는 이에 따라 다소 피로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평론가는 "음색 자체는 좋은데 고음역 주파수가 더 잘 잡히는 듯하고 저음은 다소 웅웅거렸다"며 "관악부가 예상보다 훨씬 잘 다듬어져서 들리고 현악부와의 어우러짐도 좋으나 무대 위의 연주자가 듣는 정도의 소리가 객석에서 들려 조금 뒷자리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함께 온 지인이 세계 유명 연주홀을 많이 다녀본 작곡전공생인데 산토리홀보다 롯데홀 소리가 훨씬 시원시원하고 개방감이 좋다고 평했다.

여러모로 아주 특별한 콘서트홀"이라며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부각하다 보니 세밀한 실수도 크게 부풀려져 연주자들에게는 다소 두려운 홀이 될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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