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어린 왕자 탄생 70주년…"영원히 나를 기억해줘요"
장서 점검으로 잠시 문을 닫았던 어린이열람실에 아이들이 하나둘 찾아와 사서선생님과 반갑게 인사한다. 건너편 모자열람실에서도 꼬마 녀석들이 이야기 할머니가 들려주는 동화에 흠뻑 빠져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도서관일 것”이라고 한 말이 절로 떠오른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이 그리워졌다. 그래서 서가에서 펼쳐든 책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다. 《어린 왕자》는 올해로 프랑스에서 출간된 지 70년이 됐다. 그 전에 미국에서 출판됐지만 1946년에야 서점에 배포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어린 왕자’도 할아버지가 된 셈인데, 그는 영원히 늙지 않으니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책마을] 어린 왕자 탄생 70주년…"영원히 나를 기억해줘요"
이 책은 그림에 대한 꿈을 접고 비행기 조종사가 된 어른이 비행기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해 어린 왕자와 만나고 헤어지기까지 1주일 동안의 이야기다. 어린 왕자가 살던 별과 장미 이야기, 지구에 오기까지의 별 여행기, 지구에서의 여정이 펼쳐지며 어린 왕자와 이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린 왕자는 여섯 개의 별을 여행하면서 권위적이고 불복종을 용납하지 않는 왕, 모든 사람이 자신을 숭배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허영꾼, 술을 마시면 수치심을 느끼고 수치심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주정뱅이, 하늘의 별이 모두 자신의 소유라고 믿는 사업가, 노력은 하지만 삶의 의미를 모르면서 자신의 일만 하는 등대지기, 경험 없이 이론만 설파하는 지리학자를 만난다. 이 인물들은 각기 ‘어른’의 여러 가지 특징을 나타낸다. 그런데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는 여섯 개의 별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살고 있는 커다란 별이다. 어린 왕자의 눈에는 참으로 이상한 별나라였을 것이다.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어린이의 독특한 시선과 행동으로 어른 독자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하도록 이끌어낸다.

흔히 이 책을 두고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표현한다. 정말이지 아주 오랜만에 펼쳐든 이 책은 예전에 읽은 ‘어린 왕자’가 아니었다. 오래전 읽어버린 시간, 잃어버린 존재인 ‘어른’이 돼버린 나 자신을 돌아보고 공감하고 반성하게 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에겐 아직도 ‘어린 왕자’가 필요하고, 그러기에 70여년 동안 수많은 나라에서 출판되고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게 됐을 것이다.

결말에서 어린 왕자는 조종사의 곁을 떠난다. 조종사가 어린 시절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자신이 정말로 고귀한 존재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왕자가 떠남으로써 조종사의 마음에는 어린 왕자가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 마치 우리 ‘어른’들의 마음에 어린 왕자가 영원히 살듯이! (생텍쥐페리 지음, 열린책들, 132쪽,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