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열리는 K옥션 여름경매에 추정가 45억~60억으로 출품된 김환기의 1972년작 ‘무제’.
오는 28일 열리는 K옥션 여름경매에 추정가 45억~60억으로 출품된 김환기의 1972년작 ‘무제’.
한국 미술시장 대표작가 김환기 화백의 45억~60억원대 추상화를 비롯해 ‘국민 화가’ 박수근과 천경자 화백의 그림, 김정호의 채색 대동여지도,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등 고가 미술품 370점이 미술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과 서울옥션이 오는 28일과 29일 차례로 벌이는 여름 경매를 통해서다.

두 회사가 내놓은 경매 작품 추정가 총액은 약 218억원. 지난 3월 메이저 경매(약 145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부터 미술 경매시장이 활기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당분간 작품값이 오르고 환금성도 좋아질 전망이어서 경매에 도전해볼 만하다.

○박수근의 ‘시장’ 5억~8억원

K옥션은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경매장에서 김환기의 그림을 비롯해 박수근 도상봉 이대원 등 거장들의 수작 175점을 경매에 부친다. 출품작 추정액만 약 160억원으로 K옥션 경매 사상 최고 규모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추정가 45억~60억원에 나온 김환기의 뉴욕시절 점화 ‘무제 27-VII-72 #228’. 가로세로 2m가 넘는 이 그림은 1971년 이후 평면적으로 이뤄지던 점 획 패턴이 사선으로 흐르는 양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빽빽하게 밀집된 점 획 속에 방향을 달리하는 면의 분할은 단조로운 화면에 긴장과 생기를 부여한다. 김 화백의 1970년작 ‘무제’가 지난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세운 국내 미술품 최고가 기록(48억7000만원)을 뛰어넘을지 주목된다.

박수근 화백의 작품 ‘시장’(추정가 5억~8억원)도 나온다. 시장에서 남녀 6명이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담은 13×23㎝ 크기의 소품으로, 미국 최대 보험기업 AIG의 고(故) 호튼 프리먼 전 회장이 소장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인도’ 위작 논란으로 대중의 관심이 쏠린 천경자 화백의 ‘여인’(4억5000만~6억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22억~25억원), 도상봉의 ‘정물’(1억5000만~3억원) 등도 경매된다. 출품작은 27일까지 강남구 신사동 K옥션 전시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02)3479-8824

○천경자 작품 6억8000만~10억원

천경자의 ‘우수의 티나’
천경자의 ‘우수의 티나’
29일 서울 평창동 옥션하우스에서 경매를 치르는 서울옥션은 전략 상품으로 천경자의 1994년작 ‘우수의 티나’를 추정가 6억8000만~10억원에 내놨다. 1991년 ‘미인도’ 위작 논란이 불거지자 절필을 선언한 천 화백이 1995년 호암갤러리 개인전에 출품한 걸작이다. 천 화백이 해외여행 중에 그린 스케치작품 16점을 모은 화집 ‘기행스케치-화문집’(4억~6억원)도 출품된다. 이 화집은 1983년 6월 천 화백이 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이국의 일상과 정취, 풍광을 묘사했다. 작가가 여행에서 느낀 감흥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1세대 도불작가 이성자 화백의 ‘어느 봄날의 밤’(4500만~6000만원), 민중미술 작가 오윤의 ‘춤’(1000만~2000만원), 김홍도의 ‘시의도첩’(2억~5억원), 겸재 정선의 ‘성류굴’(추정가 1억~3억원) 등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컬렉터들이 김환기를 비롯한 근·현대화가, 단색화, 고미술품을 사들이고 있어 고무적”이라며 “이번 경매에는 근현대 유명작가 작품은 물론 조각, 민중미술, 고미술품 등을 고루 내놓았다”고 말했다. 프리뷰는 28일까지 평창동 옥션하우스에서 한다. (02)395-033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