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하루키에게 여행이란…"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것"
일본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라오스로 향할 때였다. 한 베트남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하루키는 한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라오스에 뭐가 있다는 걸까.’ 그런데 막상 가보니 라오스에는 라오스에만 있는 것이 있었다. “여행이란 그런 겁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면, 아무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행을 가진 않을 겁니다. 몇 번 가본 곳이라도 갈 때마다 ‘오오, 이런 게 있었다니!’ 하는 놀라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하루키가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남아와 미주대륙, 유럽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한 뒤 쓴 글 10편을 수록한 여행에세이집이다.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이 탄생한 그리스의 섬, 와인의 성지 이탈리아 토스카나, 미식가들의 새로운 낙원 미국 포틀랜드, 광활한 자연 속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핀란드와 아이슬란드, 재즈 선율이 가득한 뉴욕의 밤과 근대문학의 흔적을 간직한 일본 구마모토 등 매혹적인 여행지에 대한 하루키식 리뷰가 담겨 있다. 하루키는 작가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으로 현지의 문화 또는 자연과 밀착하며 느낀 점을 풀어낸다. 때로는 타지 생활의 애환과 향수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때로는 유쾌한 식도락과 모험담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뭐가 있는지 몰랐던 라오스에선 무엇을 관찰하고 느꼈을까.

“이곳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카오냐오(라오스식 찹쌀밥)를 준비해 승려들이 줄지어 다가오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나 역시 ‘이것도 다 경험이니까’ 하는 생각에 아직 어두운 새벽 길가에 앉아 승려들에게 찹쌀밥을 ‘시주’해 보았다. 거의 흉내에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직접 해보고 나니 그곳에 존재하는 토착의 힘 같은 것을, 그 진정성을 신비로울 정도로 강렬하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곽현정 교보문고 모바일인터넷팀 MD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가 다소 생소하던 여행지들을 찾아간 것은 무엇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뭔가를 찾기 위해서였다”며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