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시(詩) '가지 않은 길'에서 미국 양적완화를 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20세기 이후 세계경제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두 번의 세계대전, 1970년대 경기 불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수많은 고비를 넘었다. 때로는 강물에 급류가 굽이치고 비바람에 배가 요동치듯 경제도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는다. 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은 마치 이런 상황을 묘사하는 것 같다.

윤기향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 경제학 교수는 《시가 있는 경제학》에서 경제학에 시를 접목해 색다른 프레임으로 경제를 바라본다. 논리의 언어가 아니라 감성의 언어로 설명함으로써 인간 세상을 풀어나가는 경제학의 열정을 되새기게 한다. 28편의 영미시, 한국시, 중국시, 일본시를 소개하며 경제학을 유쾌한 학문으로 만들려 노력한다. 고전학파, 케인스학파, 신자유주의 등 경제사상사의 굵직한 핵심들을 다룬다. 세계 경제의 흐름과 변화, 소득불균형과 복지 문제 등 다양한 경제학의 기초지식을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이전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 양적 완화라는 통화정책을 택했고, 이것이 미국 경제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고 진단한다. 이를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가지 않은 길’에서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고 노래한 것에 비유한다. 새 통화정책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3개의 화살론’도 시를 통해 분석한다. 아베 총리는 일본 경제의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무제한 양적 완화, 적극적인 재정 지출, 경제구조 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무기로 꺼내 들었다. 저자는 헨리 롱펠로의 ‘화살과 노래’를 읊조리며 그 효과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공중을 향해 화살 하나를 쏘았으나, 땅에 떨어졌네. 내가 모르는 곳에. 화살이 너무 빠르게 날아가서 시선을 따라갈 수 없었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한 참나무에서 화살을 찾았네. 부러지지 않은 채로….”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