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다음달 19일부터 10월3일까지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한국 배우들이 공연한다. 달컴퍼니 제공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다음달 19일부터 10월3일까지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한국 배우들이 공연한다. 달컴퍼니 제공
유명한 서양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미국 여성 작가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 프랑스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19세기 말 유미주의를 대표하는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이 국내 관객과 뮤지컬로 처음 만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과 뛰어난 작품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원작들이 무대에서 어떻게 재탄생할지 뮤지컬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달 19일부터 10월3일까지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하는 ‘키다리 아저씨’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로 토니상 연출상을 수상한 존 캐어드가 각색하고 연출해 2009년 초연한 작품이다. 국내 공연은 처음이다. 고아 소녀 제루샤 주디 에봇이 한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대학에 진학하고, 자신의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낸 성장소설을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작이 서간체 소설이라 남녀 2인극으로 극을 구성했다. 제작사인 달컴퍼니 관계자는 “클래식한 선율과 담백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제루샤 주디 에봇은 이지숙과 유리아, 주디를 문학과 여행, 모험의 세계로 이끄는 제르비스 펜들턴은 신성록 송원근 강동호가 번갈아 연기한다.

다음달 22일부터 9월30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페스트’는 카뮈의 원작에 서태지의 음악을 입힌 창작뮤지컬이다.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미래의 첨단도시 ‘오랑시티’가 배경이다. 수백 년 전 창궐한 페스트가 발병하자 풍요롭게 살아온 시민들은 큰 혼란을 겪고,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얘기가 서태지의 강렬한 록과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이 조합된 음악의 옷을 입고 전개된다.

송경옥 책임프로듀서는 “서태지 음악은 발라드부터 힙합, 메탈, 펑크, 록까지 다양하고 특유의 일관성이 있어 뮤지컬로 제작하기에 적합하다”며 “드라마에 맞게 음악을 변형할 예정이지만, 익숙한 노래는 관객들이 듣자마자 알아채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다현 손호영 박은석이 주인공 리유 역을 맡는다.

오는 9월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가 개막한다. 영국의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가 변하지 않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향한 탐욕으로 자신의 초상화와 영혼을 바꾸는 이야기를 그린다. 뮤지컬계에서 흥행의 ‘보증수표’로 꼽히는 김준수와 박은태가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김준수는 빼어난 용모의 귀족 청년으로 선과 악이 공존하는 도리안 역, 박은태가 도리안을 통해 자신의 열정과 본능을 대리 경험하는 헨리 워튼 역을 맡는다.

제작사인 씨제스컬쳐 관계자는 “연출가 이지나 씨가 독창적인 시각으로 원작 소설을 각색해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을 담은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었다”며 “깊이 있는 해석과 화려한 시각효과로 신선하고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