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장 미셸 바스키아 '무제'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는 ‘검은 피카소’로 불리며 1980년대 미국 화단을 풍미했다. 스프레이, 마커(채색용 물감), 오일 크레용으로 뉴욕 소호 거리의 외벽에 ‘낙서 그림’을 그리는 세이모(SAMO:Same Old Shit, 흔해 빠진 쓰레기) 그룹에서 활동하며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1980년대 초 팝아트계의 거장 앤디 워홀의 소개로 단숨에 뉴욕 화단의 중심부로 진입했고, 8년여의 짧은 활동 기간에 세계적인 스타 화가 반열에 올랐다.

뉴욕에서 헤로인 중독으로 27세에 요절하기 6년 전 그린 이 작품은 낙서인지 작품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파격적 화풍의 자화상이다. 악마를 연상시키는 얼굴을 강렬한 검은색과 브라운 톤, 파란색의 붓터치로 묘사했다.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현대인의 온갖 욕망과 위선을 색깔 미학으로 은유했다. 이 작품은 지난달 10일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추정가를 훨씬 뛰어넘은 5730만달러(약 668억원)에 팔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