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결성된 여성듀오 ‘김지현쌀롱’의 김지현(왼쪽)과 알프스.
지난해 10월 결성된 여성듀오 ‘김지현쌀롱’의 김지현(왼쪽)과 알프스.
“누구는 썸타 누구는 속타 누구는 수리수리 술타.”(노래 ‘술타’ 중)

창밖을 바라보니 사람들은 즐거워 보인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도 보인다. 누구는 홀로 일에 파묻혀 있는데 그들은 행복에 취해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노래 ‘술타’는 이를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깔깔깔 거리는 연인들, 내 속을 박박 긁어대.” 하지만 곧 체념한다. 사랑 대신 술 한 잔 마시고 훌훌 털어내자고.

여성듀오 ‘김지현쌀롱’이 경쾌한 통기타 소리와 청량한 목소리로 풀어내는 노래 ‘술타’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김지현쌀롱은 PD 겸 미술가인 김지현 씨(47)와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 임원인 알프스(본명 조현주·45)가 결성한 여성 듀오다. 김지현쌀롱은 “애절한 사랑을 담은 다른 가요와 달리 특별하진 않아도 누구나 공감하는 노래를 하고 싶어 음악을 시작했다”며 “소소한 일상을 더 재미있게 담기 위해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직접 작사 작곡을 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집 ‘술타’를 발매한 이들은 다소 늦은 나이와 특이한 경력으로 먼저 화제가 됐다. 김지현은 잭필름프로덕션 PD로 일하고 있다. 설치미술, 비디오아트 등을 하는 미술가이기도 하다. 알프스는 동양증권을 거쳐 아센다스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10년 동안 알고 지낸 이들은 지인들과 함께 종종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 음악을 해보기로 했다.

재치 있는 가사와 유쾌한 포크 멜로디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특히 “혼자 걸으면 어때. 혼자라서 더 좋다. 낯선 나를 만나러 간다”는 가사의 ‘한 큰 술’은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인기가 많다. 40대 이상뿐만 아니라 20~30대 여성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지현은 “멤버 알프스가 늘 가족과 친구 등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란 의미로 썼는데 많은 사람이 공감해 준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엔 홍익대 롤링홀에서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알프스는 “전석 매진됐다”며 “다양한 레퍼토리로 지루하지 않게 공연을 이끌어간 덕분에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반응이 좋아 뿌듯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각자의 일로 바쁜 가운데도 주말이면 춘천 연습실에서 연습을 한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가족, 친구들도 이런 열정에 감탄하면서 “나이, 시간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라”며 응원하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강조한다. “다들 ‘늦깎이’라고 얘기하지만 50대가 보기엔 우리도 젊다. 하고 싶은 걸 하는 이 순간이 인생의 최적기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