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조몽룡 씨가 한경갤러리에 출품한 자신의 작품 ‘봄마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양화가 조몽룡 씨가 한경갤러리에 출품한 자신의 작품 ‘봄마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여인, 자전거를 끌고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 둥근 달이 떠 있는 밤에 매화 향기를 맡으며 걷는 노부부, 코끝이 찡한 추운 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여인, 나무 뒤에서 첫사랑을 훔쳐보는 소녀, 양산을 쓰고 마냥 추억에 잠겨 소곤거리는 자매의 다정한 모습….

‘낭만주의 화가’ 조몽룡 씨(57)의 그림에는 이처럼 부드러운 감성이 아기자기하게 숨어있다. 인간이 품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이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이 시대의 연가라고나 할까.

조씨가 지난 3년간 말랑말랑한 감성을 화면에 올린 신작을 풀어놓는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30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펼치는 개인전을 통해서다. 전시 주제는 ‘로맨스와 메모리’. 10대부터 50~60대까지 누구나 좋아하고 즐기는 그림 30여점을 내보인다. 살면서 경험하는 애틋한 사랑과 이별, 기쁨, 즐거움, 후회, 불안 등 갖가지 고착된 이미지를 회화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작가는 사람 꽃 구름 나무 들 섬 우산 등 친숙한 대상을 한 편의 연극처럼 화면에 배치했다. 외형만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감정까지 담아냈다. 김용택 안도현의 시집이나 이문열 한수산 등의 소설을 읽다가 영감을 채집하고 그림으로 저장했다. ‘동심의 작가’ 장욱진 화백의 그림처럼 그의 작품에서도 맑은 심성이 느껴진다.

조씨는 “우리 삶에 슬픔과 상처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희망을 간결한 구도로 담아냈다”며 “가수로 치면 내 그림은 이적 같은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누드와 꽃, 바다를 소재로 사실주의 화풍을 고집해 온 조씨는 3년 전부터 동화적인 그림으로 방향을 틀었다. 화풍에 변화를 주고, 부대끼는 현대인의 삶에서 ‘아름다운 향기’만을 길어올려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주변에 취직을 못하고 불안에 떠는 후배가 많아요. 어느날 후배 한 명이 자신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더군요. 그후 사람들 마음에 내재한 감성을 표현하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그의 그림은 인생살이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과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다. 녹슬고 얼룩진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다. 대구 계명대와 대구대에서 공부한 그는 “현대인의 추억과 사랑을 가위로 오려내 풀이나 접착제로 화면에 정성껏 붙인 벽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