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29)는 지난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작가와 함께 공동 수상했다.

작가들의 전유물이던 문학상을 작가와 번역가가 나란히 받게 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작가의 그늘에 가려졌던 번역가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5년 영연방 외 지역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처음 제정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작가에게만 상을 주다 올해부터 원작자와 번역가에게 함께 주기로 했다.

한강과 스미스가 바로 첫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그동안 번역가들은 원작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경향은 특히 영어권 국가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는 영어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에서 비롯한다고 영국 번역가 로버트 챈들러는 진단하기도 했다.

FT는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최근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전 번역가들은 출판사에서 일감을 받길 기다리는 '겸손한 하인'(humble servant) 같은 존재였다면 이제는 직접 제3세계 작가를 발굴해, 출판사에 출간을 제안하는 적극적인 존재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스미스가 대표적 예다.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번역문학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번역가가 주목받는 이유 중에 하나다.

조사기관 닐슨 북에 따르면 영국에서 출간된 번역 책의 총매출은 2001년 890만 파운드(약 105억원)에서 작년 1천860만 파운드(219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FT는 지나치게 낮은 보수가 번역가 양성을 막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번역가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1년에 3∼4권씩 번역해야 하는데 이 경우 번역의 질을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푸시킨의 작품 등을 번역한 챈들러는 "번역을 아주 사랑하지 않는 이상 번역일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만큼 보수가 아주 형편없다"고 말했다.

작품 번역에 관해서는 번역가에게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미스는 FT에 "처음 번역을 시작할 때 몇몇 편집자가 한국 단어를 일본의 파생어처럼 옮기라고 주문했다"며 "일례로 '김밥'을 '한국 스시'로 번역하라고 했는데 이는 일제강점기를 거친 한국에는 모욕과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