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00년 전에도 "단순해야 행복하다"
골치 아픈 일을 피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심플라이프’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를 최근 생긴 문화 사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백여년 전에 이미 뿌리를 내렸다. 프랑스 목사 샤를 와그너가 1895년에 낸 《단순한 삶》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저자는 책 첫머리에서 프랑스의 한 가정이 결혼식 준비를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쓸데없는 형식을 갖추느라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된다. 예비 부부는 이런 과정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사랑마저 흔들린다. 21세기 한국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우리의 삶이 없는 것 없이 다 가졌으면서 만족할 줄 모르는 복잡한 정신 상태를 갖게 됐다고 지적한다. 이를 벗어나 단순한 삶을 사는 게 곧 인간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생각, 말, 욕구, 돈, 명성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적용되는 단순함의 법칙을 설명한다. (샤를 와그너 지음, 문신원 옮김, 판미동, 240쪽, 1만2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