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다윈도 설명 못한 눈의 진화, 도킨스가 생생하게 풀어내다
인간의 눈은 매우 복잡하게 이뤄져 있다.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조차 종의 기원에서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이 모든 기능을 감안하면, 눈이 자연선택을 통해 형성됐다는 것은 대단히 터무니없는 일처럼 보인다”고 썼다. 이 문장은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을 공격하는 빌미가 됐다. 다윈 스스로도 자연선택을 핵심으로 하는 진화론에 확신이 없었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는 “다윈이 눈의 완벽성과 복잡성을 ‘도전해야 할 과제’로 봤다”고 주장한다. 다윈의 진화론을 개체 대신 유전자 단위로 계승한 도킨스는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에서 이 도전 과제를 수행한 ‘다윈의 후예’들의 연구 성과를 통해 눈이 지적 설계가 아니라 진화의 산물이란 점을 보여준다.

도킨스에 따르면 눈은 명암과 방향 정도를 감지하는 단순한 조직에서 수정체를 갖춘 카메라 수준으로 진화하는 데 36만4000세대가 걸린다. 40~60회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태양에서 날아온 광자(光子)가 색이 있는 물질에 부딪히면 나아가지 못하고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에너지에 세포가 영향을 받아 우리가 ‘시각’이라고 부르는 복잡한 현상이 나타난다. 이후 다양하게 진화하면서 눈은 더 복잡해지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눈은 수십억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진화라는 길을 아주 천천히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진화의 역사를 ‘불가능의 산’을 오르는 등반가에 비유한다. 고도로 복잡한 신체기관은 언뜻 보면 완벽하게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 도킨스는 이 길에 눈처럼 도저히 진화가 불가능할 것만 같은 생명체의 신비를 올려놓고, 그 경로를 끊임없이 추적한다. 그는 “진화의 정점에는 성급하게 접근할 수 없다”며 “하지만 올라야 할 절벽이 아무리 가파르더라도 천천히 한걸음씩 내딛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박정호 교보문고 광화문점 경제·자연부문 과장은 “생물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진화론을 풀어냈다”며 “진화론적 관점에서 세상과 미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