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미소'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 역사상 첫 만남
국립중앙박물관 24일부터 특별전…국보 78호상, 주구사상 공동 전시


엷은 미소를 띤 한국과 일본의 대표 반가사유상이 처음으로 대면했다.

우리나라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국보 78호 상)과 일본의 국보인 나라 주구(中宮)사 소장 목조반가사유상(주구사 상)은 칠흑같이 어두운 전시실 안에서 10m의 거리를 둔 채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서로를 조용히 응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4일부터 기획전시실에서 여는 특별전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을 앞두고 23일 두 불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는 양국의 반가사유상 한 점씩만 나온다.

반가사유상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의 무릎 위에 올리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겨 있는 보살상이다.

인도에서 제작되기 시작해 중앙아시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해졌다.

우리나라와 일본에는 반가사유상이 많지만, 높이가 1m 내외인 대형 반가사유상은 한국의 국보 78호 상과 국보 83호 상, 일본의 주구사 상과 교토 고류(廣隆)사 상 등 양국에 각각 2점씩밖에 없다.

국보 78호 상은 6세기에 제작된 금동 불상, 주구사 상은 7세기 아스카 시대 녹나무로 만든 목조 불상이다.

두 불상은 당시 유행하던 미륵신앙을 바탕으로 조성됐다.

특히 주구사 상은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외국 나들이에 나섰다.

주구사 상은 지난 18일 일본 오사카에서 화물기에 실려 한국에 들어왔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권강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국보 78호 상에 대해 "무한한 평정심과 숭고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불상"이라면서 "미소에 어울리는 유연한 손가락과 부드러운 신체 곡선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상을 뒤에서 보면 둥근 홈이 있어서 광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로서는 매우 뛰어난 주조기술을 갖고 있었기에 이렇게 두께가 일정한 불상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사는 주구사 상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검은색을 띠고 있는데, 과거에는 여러 색을 칠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머리에 상투를 틀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구사 상은 11개 조각을 만든 뒤 나중에 결합한 불상이라는 점과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점도 특징"이라며 "두 불상은 재질과 제작 시기는 다르지만, 장인이 독창적 기법과 최고의 기술을 사용해 만들었다는 점은 같다"고 덧붙였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천400여년 만에 한일 양국의 반가사유상이 한자리에서 만난다"며 전시 의의를 밝힌 뒤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속으로는 같은 두 반가사유상은 양국의 오랜 문화 교류를 웅변한다"고 평가했다.

제니야 마사미(錢谷眞美)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장은 "두 불상은 양국에서 유례가 없는 걸작으로 고대 문화 교류의 결실"이라며 "이번 특별전은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전시"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개최된 개막식에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광식 전 문체부 장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 등이 참석해 이번 전시에 대한 양국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김종덕 장관은 축사에서 "한국과 일본은 오래전부터 문화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이어왔다"며 "양국 국보 반가사유상을 통해 가장 가까운 이웃의 동질성과 독창성을 확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가 내달 12일에 끝나면 두 반가사유상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으로 옮겨 6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미소의 부처-두 반가사유상'이란 제목으로 전시된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맞아 24일과 내달 3일 오하시 가쓰아키(大橋一章)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와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의 강연을 개최한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