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륵사에서 내려다본 남한강. 한국관광공사 제공
신륵사에서 내려다본 남한강.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기 여주는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약 1시간이면 닿는다. 아무런 계획이 없더라도 바람 쐬러 훌쩍 다녀오기 알맞은 거리다. 남한강 따라 이어지는 걷기 길과 자전거 도로에서 활기를 불어넣거나, 세종대왕릉과 신륵사에서 고요하고 호젓한 분위기를 느끼고 오는 것도 좋다. 당일치기 나들이 코스로 손색없는 여주에서 일상에 찌든 때를 말끔하게 씻어보는 것은 어떨까.

성군 세종대왕을 직접 뵈러 떠나자

세종대왕릉
세종대왕릉
조선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 탄신 619돌을 기념하는 숭모제전이 지난 15일 여주의 세종대왕릉(영릉) 정자각에서 봉행됐다. 조선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왕으로 꼽히는 세종은 1450년 54세로 승하할 때까지 31년6개월간 재위하며 훈민정음 창제, 측우기 등 과학기구 발명, 일본 대마도 정벌 등 숱한 업적을 남겼다.

세종대왕릉은 세종과 소헌왕후 심씨의 합장릉이다. 조선 왕릉 중에서 처음으로 하나의 봉분에 왕과 왕비를 합장한 능으로 알려져 있다. 무덤은 국조오례의에 따라 배치한 것으로 조선 전기 왕릉 배치의 기본이 됐다. 원래 세종대왕릉은 다른 곳에 있었다. 1446년(세종 28년) 소헌왕후가 승하하자 당시 광주(현재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헌릉의 서쪽에 쌍실의 능을 만들었다. 오른쪽 석실은 세종을 위해 미리 만들어 뒀다가 세종이 승하하자 합장했다. 영릉의 자리가 불길하다는 이유로 능을 옮기자는 주장이 있었고 예종 1년인 1469년에 여주로 옮겼다.

세종대왕릉에선 과학기술을 중시한 대왕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세종대왕릉 정문에 들어서면 왼쪽에 해시계, 측우기, 혼천의 등 복원된 각종 과학기구를 볼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500원.

세종대왕릉에서는 10월29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영릉 재실 앞마당에서 ‘세종 이야기 풍류방’을 연다. 한글 창제, 애민사상, 과학과 발명 등 세종대왕에 얽힌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매주 다른 주제로 들려준다. 6월4일과 9월3일 오후 7시30분에는 ‘세종 영릉 별빛 음악회’가 열린다. 가곡, 창작판소리, 국악실내악, 훈민정음 서문을 바탕으로 창작한 힙합 랩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세종대왕유적관리소 (031)885-3123

고즈넉한 사찰과 신나는 관광지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있는 신륵사는 아름다운 경관과 많은 유물·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다. 보통 사찰이 산속에 있는 데 반해 신륵사는 강가에 있는 것이 독특하다. 신륵사는 남한강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다양한 유물 등 볼거리를 바탕으로 1977년에 관광지로 지정됐다.

신륵사관광지에는 두 개의 코스가 있다. 신륵사 건너편에 있는 금은모래 지구에는 30~50년생 느티나무 200여그루가 심어져 있으며 캠핑과 수영, 뱃놀이도 즐길 수 있다. 신륵사 지구에는 갈대숲을 비롯해 퍼팅 놀이장, 숙박시설, 음식점, 토산품 판매점, 음수대, 체육놀이 공원이 조성돼 있다.

신륵사 팔각정에서 강가를 바라보면 누런 포를 달고 운항하는 황포돛배가 보인다. 조선시대 4대 나루 중 하나인 조포나루에서 운항하던 황포돛배를 재현해 만든 것이다. 어업이나 물자 수송 등에 쓰였던 작은 배가 이제는 여주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변신했다. 신륵사~영릉 코스 탑승료는 성인 3000원부터. 여주시 문화관광과 yj21.net

금사참외와 천서리 막국수를 맛본다

여주의 별미 천서리막국수
여주의 별미 천서리막국수
여행에서 음식을 빼놓을 수 없는 법. 참외를 좋아한다면 5월에 꼭 여주를 방문해 보자. 여주시는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제9회 금사참외축제를 금사면 이포리 금사근린공원에서 개최한다. 금사면에는 70여 농가에서 참외를 재배하고 있다. 풍부한 햇볕과 적정한 일교차, 배수가 잘되는 토양 등을 갖춘 환경에서 재배된 금사참외는 향기가 뛰어나고 당도가 높다. 축제 기간에는 참외 빨리 깎아 먹기, 참외 서리, 떡메치기, 참외 화채 만들기, 참외 보물찾기, 무료 옹기 만들기 등의 행사가 열린다. 금사참외축제 chamoi.kr

시원한 면 요리가 생각난다면 대신면 천서리 이포나루 앞에 자리한 막국수촌으로 가보자. 과거 천서리 마을은 포구를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였다. 뱃사공들이 쉬던 주막거리는 이제 시원한 막국수로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10여곳의 음식점 중 가장 오래된 곳은 1970년대 후반부터 장사해온 ‘강계봉진막국수’집이다. 대나무 통에 메밀 반죽을 넣고 구멍으로 국수 가락을 뽑아내 김칫국물에 말아 먹던 옛 맛을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할머니가 장맛으로 엮어낸 비빔막국수는 전국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강계봉진막국수 (031)882-8300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