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포럼서 강연…"봉준호·김기덕 감독 좋아해"

"'심슨가족'(The Simpson)을 역사상 가장 웃긴 쇼라고 이야기해주시는 분들도 많은 데 무조건 웃기기 위해 쓴 건 아니에요.

관객이 캐릭터에 대해 공감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죠."

'심슨가족'과 '오피스'의 수석 작가인 대니얼 전은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13회 서울디지털포럼(SDF)에 연사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따라서 "글을 쓸 때 하는 고민은 에피소드의 내용이나 구성이 아니라 어떤 감정에 대해 쓰느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과 미디어와 관련된 이 행사에서 '코미디, 연결을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강연한 그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코미디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어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변화하는 사회에서 코미디는 구식일 수 있지만 저는 '관계'에 대한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참여한 '심슨가족'과 '오피스'는 세계에서 손으로 꼽힐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대니얼 전은 강연 이후 기자회견에서 "두 작품의 전 세계적 인기는 운이 따랐기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제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가 모두 인간이고, 인간으로서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같은 문제에 직면해있으며 모두가 승리와 실패를 한다는 것"이라며 "차별성보다는 유사성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다양한 관점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콘텐츠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과거처럼 다양한 문화를 정통적 방식에 맞춰 바꾸라는 요구를 받지 않게 됐다"며 "여러 이유가 있지만, 콘텐츠의 근간은 결국 인간의 본성이라는 점이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계로, 하버드대학에서 생물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는 아시아인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코미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생물인류학이라는 전공이 코미디와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경험의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전공 학문이 항상 소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과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밝힌 대니얼 전은 "솔직히 말하면 한국 코미디는 잘 모른다.

한국 코미디가 드라마나 영화처럼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의 삶을 열심히 살고 타인의 삶을 열심히 관찰하는 것으로 영감을 얻는다"고 밝힌 그는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한국 콘텐츠로 "한국의 발전상을 담은 콘텐츠는 미국에서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cho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