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응팔 열풍' 100년 전이라면 정신병?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극중 주인공과 비슷한 연배인 40~50대가 환호했다. ‘응팔’을 화제 삼아 드라마에 담긴 그 시절의 풍경과 노래와 영화를 이야기하며 즐거워했다.

독일 경제학자 다니엘 레티히는 《추억에 관한 모든 것》에서 기억과 추억, 향수(鄕愁)의 세계를 역사와 과학, 의학, 경제학의 맥락에서 탐사한다. 우리가 추억에 빠지는 이유와 향수의 심리적·사회적 기능, 기억이 현재와 미래에 행사하는 위력 등을 해박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20세기 초만 해도 치명적인 정신병으로 여겨지던 향수는 거듭된 연구를 통해 슬픔과 우울이 아니라 기쁨과 위로를 선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추억이 구매 결정에 미치는 힘을 확인한 시장은 재빨리 ‘추억 상품’을 제작해 이익을 챙기기 시작했다. 저자는 고대 로마 시인 마르티알리스의 말을 인용해 추억의 가치를 일깨운다. “지나간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두 번 사는 것과 같다.”(다니엘 레티히 지음, 김종인 옮김, 황소자리, 372쪽, 1만6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