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인 융프라우요흐역을 오가는 산악열차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인 융프라우요흐역을 오가는 산악열차
스위스 융프라우는 겉모습보다 속살이 더 매혹적이다. ‘신이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이다. 융프라우 일대에는 묀히, 아이거 등 알프스의 아름다운 봉우리들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이곳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열차를 타는 것이다. 기차로 떠나는 알프스 체험은 전율 그 자체다. 특히 거친 자연과의 사투 끝에 들어선 유럽의 가장 높은 기차역인 융프라우요흐에 오르면 벅찬 감동마저 느껴진다.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요흐

높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산악열차를 타면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철도역인 융프라우요흐(해발 3454m)까지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융프라우요흐에 오르면 알프스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융프라우와 알레치 빙하가 눈앞에 펼쳐진다. 길이 24㎞에 이르는 알레치 빙하는 섬 같은 봉우리 사이를 헤치고 흰 강처럼 뻗어 있다. 직접 경험하는 빙하 트레킹은 세계자연유산 위를 걷는다는 감동이 함께한다.

융프라우요흐에선 열차 시간에 쫓겨 서둘러 떠날 필요가 없다. 융프라우요흐 정상 레스토랑에 앉아 설경을 벗 삼아 스위스 전통음식을 맛보는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콜릿 공장이 융프라우요흐에 문을 열었다. 직접 제조과정을 보고, 고도 3000m에서 생산된 초콜릿을 맛보자.

융프라우요흐에서는 한여름에도 겨울을 만날 수 있다. 스키와 눈썰매 체험을 즐기거나, 빙하를 따라 봉우리 옆 묀히 산장까지 트레킹할 수도 있다. 묀히 산장에서 마시는 대용량 커피 한 잔이 걷는 동안 얼어버린 몸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열차 개통 100주년을 기념해 융프라우요흐에는 새로운 볼거리가 등장했다. ‘알파인 센세이션’이다. 융프라우의 변화상을 아름다운 빛과 음악, 다양한 조형물로 보여준다. 융프라우 지역의 과거와 달라진 현재 모습이 담긴 사진이 흥미롭다. 융프라우 철도 건설 공사에 쏟은 사람들의 노력이 마음을 울린다.

트레킹, 야외활동으로 더 즐겁게

융프라우요흐가 융프라우 관광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근처에 ‘꼭 해야 할 것’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70여개 트레킹 코스 체험은 필수. 꼭 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면 휘르스트(2168m)에서 바흐알프제(2265m)까지 이어지는 길을 추천한다. 길은 힘들지 않다. 종착점인 바흐알프제 호수에선 수면에 반영된 영봉이 데칼코마니처럼 멋진 정경을 연출한다.
휘르스트 플라이어를 탄 관광객들
휘르스트 플라이어를 탄 관광객들
휘르스트는 다양한 야외활동의 천국이다. 절벽 아래를 걷는 클리프워크는 아찔한 전율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집라인과 같은 형태인 휘르스트 플라이어는 줄에 매달려 시속 84㎞ 속도로 알프스의 하늘을 날게 해주는 시설이다. 휘르스트와 그린델발트(1034m) 사이의 중간 지점인 보르트에서는 페달 없는 자전거인 트로티바이크를 탈 수 있다. 트로티바이크를 타고 마을을 달리다 보면 소가 풀을 뜯고, 방울 소리가 들리는 알프스의 전원 풍경이 느리게 흘러간다.

신나는 체험을 마친 뒤 고요한 산악마을에서 하루를 더 머무는 것도 좋다. 아침에는 치즈가게에서 “구텐모르겐(굿모닝)”을 외치고, 해질 무렵이면 노천 바에 앉아 여유롭게 맥주를 마시며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뮤렌, 벵엔 등 전기차만 오가는 청정마을은 알프스의 청아한 기운을 가득 선사한다. 갓 구워낸 빵, 마을에서 직접 생산한 치즈로 아침식사를 하면 현지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융프라우 일대에는 호텔, 호스텔 외에 오두막집(lodge)과 산장호텔, 스위스 샬레, 캠핑장 등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있다. 그린델발트, 벵엔, 뮤렌 등의 마을에서 머무를 수도 있다. 간이역과 어우러진 산장호텔에서의 하룻밤은 감동을 증폭시킨다. 장기투숙이나 4인 이상 가족 단위 여행객은 스위스 전통 가옥인 샬레를 빌려 현지인의 생활상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다.

가슴 속에 담는 웅장한 자연
하더쿨룸 전망대
하더쿨룸 전망대
벵엔에서 케이블카로 닿는 멘리헨은 파노라마 산책길의 출발점으로 또 다른 인기 코스다. 멘리헨에서 클라이네샤이덱까지 걷는 코스는 4.3㎞ 거리이며 1시간30분가량 소요된다. 걷다 보면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등 3개 산을 포함한 웅장한 파노라마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인터라켄은 융프라우의 관문으로 통한다. 평화로운 분위기의 호수를 따라 걸으면 시간마저 더디게 흐른다. 인터라켄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곳은 하더쿨룸이다. 융프라우와 인근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이곳을 오르는 등반열차 푸니쿨라는 해가 저문 뒤에도 운행한다. 인터라켄의 일몰과 야경을 가슴 속에 담고 싶다면 탑승하고 볼 일이다. 특히 산, 호수를 배경으로 한 하더쿨룸에서의 일몰을 놓치면 두고두고 아쉽다.

여행정보

융프라우 지역을 여행하는 기간이 길거나 2개 이상의 산을 이동하는 경우 ‘융프라우 VIP 패스’를 이용해보자. 일정에 따라 1일부터 6일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융프라우 지역의 7개 노선 철도를 자유롭게 탈 수 있고, 다양한 야외활동 시설 이용까지 무료다. 유람선에 탑승하거나 스키 장비를 대여할 때도 할인받을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융프라우철도 한국사무소인 동신항운(jungfrau.co.kr)으로 하면 된다. (02)756-7560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