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우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발전은 무엇일까. 불? 농경? 문자? 인쇄술? 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영대학원 교수들은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에서 촉발된 산업혁명이 끼친 영향에 비하면 이전까지의 발전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느리고 보잘것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함께 쓴 《제2의 기계시대》는 인간과 가축 근육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가능했던 이 ‘제1의 기계시대’에 이어 우리는 ‘제2의 기계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시대는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로 우리의 정신적 능력이 대폭 강화되는 시대라고 정의한다.

문제는 제1의 기계시대가 노동, 환경, 복지, 제도 등에 의해 시정돼야 했던 많은 부작용을 수반한 것처럼, 제2의 기계시대에도 많은 문제가 조짐을 보이거나 이미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 일자리와 부의 불균형에 대한 문제 제기는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인류 대표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충격은 우리에게 과연 인간이 기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는 회의를 품게 했다. 저자들은 아이디어 떠올리기, 큰 틀의 패턴 인식, 복잡한 형태의 의사소통 등에서 여전히 인간이 우위에 있고, 인간은 기계와 경쟁하기보다 오히려 활용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낙관론자에 속한다.

기술의 발전은 상대적인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절대적인 의미에서도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고 한다. 1999년 이후 미국에서 중위 노동자의 실질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또 기계가 더 흔하고 유능해질수록 기업은 일정 생활 수준을 유지할 만큼의 임금을 주지 않으려 하고 그러면 실업자가 양산된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수요가 감소해 결국 경제가 침체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자본주의가 이런 식으로 실패하지 않으려면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예 누가 돈이 필요한지, 누가 더 받고 덜 받아야 하는지 조사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그냥 모든 사람에게 같은 액수의 돈을 나눠주는 것이다. 기본소득 및 이를 노동유인책과 연결시킨 역소득세(negative income tax) 아이디어는 폴 새뮤얼슨과 존 갤브레이스, 밀턴 프리드먼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좌우 양쪽 경제학자 모두의 지지를 받았다. 미국 닉슨 공화당 정부는 비록 실패했지만 첫 임기 내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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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복지부문은 일자리를 잃게 될까, 노동계는 최저임금제가 약화될까 우려하고, 많은 사람은 자신의 세금이 일하려 하지 않는 이들에게 쓰인다는 생각에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 차원에서 검토를 시작하거나, 도입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핀란드와 스위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도 결국 이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제2의 기계시대에 개개인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꾸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아마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는 것일 수 있다. (에릭 브린욜프슨·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 청림출판, 1만5000원)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