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땀 흘려야 성공한다고?…1등은 달랐다
디즈니 역사상 가장 성공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평가받는 ‘겨울왕국’은 초창기에는 골칫덩이 취급을 받던 프로젝트였다. 주인공 자매 중 한 사람은 악당이고 한 사람은 영웅이란 구도가 너무 뻔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는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디즈니의 다른 영화가 줄줄이 실패하자 경영진은 개봉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겼다. 애니메이션은 대개 완성하는 데 4~5년 걸리지만 제작팀에는 1년6개월의 시간만 주어졌다.

시간은 없고 창의성은 바닥난 상황. 디즈니 경영진은 제작팀에게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감정과 경험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독려했다. 작가인 제니퍼 리는 자신을 아껴주던 언니와의 경험을 사실적으로 스토리에 녹여냈다. 작사가 크리스틴 로페즈는 자신의 딸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주제가 ‘렛 잇 고’에 담았다. 줄거리는 진정한 사랑이 남녀 간이 아니라 자매 관계로 표현된 새로운 내용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겨울왕국은 개봉하자마자 세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베스트셀러 《습관의 힘》을 쓴 뉴욕타임스의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찰스 두히그는 《1등의 습관》에서 탁월한 생산성을 보이는 사람과 조직의 비결을 파헤친다. 미국 해병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진, 세계 포커 챔피언 등 최고 인재를 만나 분석한 결과다. 그는 뛰어난 생산성은 더 많이 일하거나 더 많은 땀을 흘린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동기 부여, 집중력, 목표 설정, 정보 활용 등 여덟 가지 개념을 제시하며, 이 책의 원제목처럼 더 스마트하게, 빠르게, 완벽하게(smarter faster better) 일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해병대 훈련소에 입대한 10대 소년이 몇 주 만에 어떻게 정예 부대원으로 성장해가는지 살펴본다. 통제감이 어떻게 동기를 유발하고, 훈련소에서 가르치는 행동지향적 선택이 어떻게 아무런 목적의식도 없이 입대한 소년들을 바꿔나가는지 보여준다. 결정권이나 선택권을 행사하는 습관을 기르게 하자 자연스럽게 자발적 동기 부여가 형성돼갔다.

미국 신시내티의 공립학교에서는 일반 상식과 달리 정보를 흡수하기 더욱 어렵게 하는 방법으로 교육 방식을 바꾸자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더 높아졌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생보다 손으로 필기한 학생이 강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한다는 실험 결과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정보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비틀기를 끼워 넣은 학생이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 스마트폰, 웹사이트 덕분에 자료가 넘쳐나는 시대에 그런 자료를 비틀고 가공하는 방법을 알아야만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