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창 베니카 대표가 오는 7월 미국에서 열 예정인 드라마 콘서트를 설명하고 있다.
손지창 베니카 대표가 오는 7월 미국에서 열 예정인 드라마 콘서트를 설명하고 있다.
“이제는 ‘연예인 손지창’보다 ‘대표 손지창’으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해요. 스스로도 어디서든 특색 있는 장소를 보면 이곳에서 어떤 행사를 한번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MICE 전문기업 베니카(VENICA)의 손지창 대표(46)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손 대표는 “처음엔 연예인이 사업을 한다고 하니까 신기해 하면서도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젠 실력을 믿고 알아서 맡겨주는 단골 고객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원조 꽃미남 스타다. 1989년 모델로 데뷔해 이국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외모에 빼어난 노래, 연기 실력을 앞세워 모델, 배우, 가수로 활동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1994년 장동건, 심은하와 함께 출연한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최근 인기를 모은 ‘태양의 후예’만큼이나 당시 젊은 층이 열광한 ‘배우 손지창’의 대표작이다. 1998년 배우 오연수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그는 2004년 드라마 ‘영웅시대’를 끝으로 돌연 사업가의 길을 택했다.

손 대표가 2000년 설립한 베니카는 기업의 신제품 발표회, 기술 콘퍼런스, 임직원 연수 등 기업회의와 포상관광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견 MICE기업이다. 지금까지 금융, 의료, 화학, 제약,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행사 기획과 운영을 맡아 기획력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기업회의를 MICE산업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영역으로 꼽으면서 외부 국제행사나 단체 유치에만 쏠린 정부·지자체의 지원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MICE 분야 중 민간 영역으로 분류되는 기업회의와 포상관광, 특히 국내 기업 행사에 대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민간 영역이라는 이유로 기업회의를 외면하면서 인바운드 국제회의와 포상관광으로 MICE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는 것에 대해선 색안경을 끼고 보면서 정작 이들이 왜 해외로 나가는지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요. 대형 국제행사는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지만 기업행사는 해마다 지속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안정적인 시장 확보는 물론 고용을 늘리는 측면에서도 효과가 큽니다.”

자녀 교육을 위해 2년 전 미국에 자리를 잡은 그는 지난해 국내 민간 MICE기업 중 최초로 미국 얼바인(IRVINE)에 ‘베니카 USA’ 법인을 설립,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지난해 7월 미국 LA 컨벤션센터와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한류콘서트 ‘케이콘(KCON)’에선 오프닝행사인 클럽 케이콘을 진두지휘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북미 가전쇼(CES)에선 기아자동차의 프레스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손 대표는 한류 드라마를 콘서트와 결합한 ‘드라마 콘서트’를 통해 한류 콘텐츠 비즈니스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는 “‘태후’ 속 명장면을 음악과 함께 재구성해 색다른 감동과 재미를 제공하는 드라마 콘서트를 오는 10월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에서 열리는 케이콘 오프닝 행사에서 선보이기 위해 주최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연예계로 돌아올 생각은 없을까.

“연예 활동을 하면 더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이었으면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현장에서 좀 더 많은 사람과 호흡하면서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사업 쪽에 아직은 제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