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김주연 '존재의 가벼움'
초록 드레스 한 벌이 있다. 표면이 푸른 식물로 덮여 있는 옷이다. 설치미술가이자 사진가 김주연이 사람들이 입던 옷에 식물의 씨앗을 싹 틔운 뒤 사진으로 찍은 작품이다.

아무리 사랑받던 옷이라도 유행이 지나면 버려진다. 작가는 그런 사물에 시간과 정성을 들여 생명을 심었다. 그러자 세상에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새싹 드레스’가 태어났다. 의미 없는 무생물이 삶을 얻게 됐다. 작가의 의도는 불교에서 말하는 ‘이숙(異熟)’에 닿아 있다. 사람의 뜻과 행동이 쌓여서 그 결과 영원한 낙(樂)으로 변화한다는 사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트렁크갤러리 5월3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