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7일 프랑스 파리 테아트르 드 라빌 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국립창극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간이 무대세트를 새로 제작하고, 출연진을 줄였다. 국립극장 제공
14~17일 프랑스 파리 테아트르 드 라빌 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국립창극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간이 무대세트를 새로 제작하고, 출연진을 줄였다. 국립극장 제공
지난해 3월 국립극장은 겹경사를 맞았다. 산하 예술단체인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프랑스 파리 테아트르 드 라빌 극장, 국립무용단 ‘묵향’이 홍콩 예술축제와 프랑스 리옹 레뉘드 프루비에르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두 작품 모두 무대 배경 세트가 합판으로 제작돼 무거운 데다 컨테이너에 담아 운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각각 43명, 27명이나 되는 출연진을 외국으로 데려가는 비용도 만만찮았다.

제작진은 묘수를 냈다. 흰 화선지 같은 배경에 한국 전통의 매난국죽을 각양각색으로 표현해야 하는 ‘묵향’은 ‘텐트식 무대’로 제작했다. 전체 테두리는 봉 형태로 만들어 조립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위를 흰색 스크린으로 덮었다. 전체 부피를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분량에 맞췄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제작팀은 출연진을 43명에서 35명으로 줄였다. 대신 조연 배우들이 1인 2역을 맡았다. 무대도 간소화해 투어용 세트를 새로 제작했다.

◆“비용 줄이자” 묘안 잇따라

늘어나는 해외 투어 공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제작사들이 내놓은 각양각색의 묘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무대 세트와 소품, 출연진, 제작진 등이 모두 움직여야 하는 공연 장르의 특성상 해외 공연에 드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개런티를 받는 초청공연이라도 출연자 항공료와 무대 운반비 등은 제작사가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어 공연을 예상하고 처음부터 무대를 간소화하는 사례도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최근 오페라의 세계 순회공연이 늘어난 것은 무대 세트를 최소화는 미니멀리즘의 유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아직’은 프랑스 샤이오국립극장(6월9~11일), 벨기에 리에주극장(6월14일), 루마니아 시비우페스티벌(6월17일) 등 유럽 순회공연에 맞춰 내용을 일부 변경했다. 공연에는 얇은 종이로 제작한 넋전이 등장한다. 죽은 넋을 위로하는 종이 인형이다.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이 조형물이 해외 운반 과정에서 훼손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외 공연에서 종이 인형 장면 대신 무용수들이 직접 종이를 잘라 넋전을 만드는 행위예술 장면을 추가한 이유다.

◆‘투어용 세트’ 따로 제작하는 뮤지컬

대형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 제작사들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등에서 사용하는 오리지널 무대 세트를 옮겨오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운반이 쉽고 제작비가 적게 드는 ‘투어용 세트’를 들여온다. 2006년과 2010년, 2012년 국내에서 공연한 ‘미스 사이공’이 대표적이다. 오리지널 무대에선 이 작품의 상징인 실물 크기 헬리콥터 모형이 등장해 볼거리를 선사하지만 국내 무대에선 3차원(3D) 영상 헬리콥터로 대체됐다.

오는 7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위키드’는 소형 비행기 크기의 거대한 용 모형 등을 포함해 무대세트를 운반하는 데 40피트 컨테이너 21개가 필요하다. 의상 운반에는 컨테이너 23개가 쓰인다. 한국 공연 제작사인 설앤컴퍼니는 2013년 한국 초연 때 브로드웨이 제작사와 함께 무대 세트와 의상을 아예 새로 제작했다. 무대와 의상 운반에 드는 막대한 비용, 세관 통과와 세트 점검, 보완 작업에 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노민지 설앤컴퍼니 과장은 “공연할 때마다 브로드웨이에서 세트와 의상을 빌리는 것보다 한국에 보관하는 세트를 새로 제작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고 판단했다”며 “아시아권에서 공연을 원하는 제작사가 있으면 한국에 있는 세트를 빌려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선한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