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초미세먼지 더 악화…기상청, 황사예보 빼먹고 뒤늦게 '중계'

올해 들어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PM-10)가 주말과 휴일 전국 하늘을 뒤덮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10일 서울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3시∼5시 평균 13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81∼150㎍/㎥이면 '나쁨', 150㎍/㎥를 넘으면 '매우 나쁨'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는 50㎍/㎥이다.

서울의 시간당 미세먼지 평균 농도도 오후 1시 159㎍/㎥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조금씩 낮아졌지만, 오후 10시에도 126㎍/㎥를 기록하는 등 계속 '나쁨'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랑구(201㎍/㎥), 동대문구(195㎍/㎥), 서대문구(192㎍/㎥), 중구(181㎍/㎥) 등 서울 강북 지역은 오후 1시 시간당 평균 농도가 WHO 기준치의 네배에 육박하거나 넘어섰다.

서울시는 이날 낮 12시 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서울 외에도 오후 10시 기준 미세먼지 일평균농도는 대전 154㎍/㎥, 충북 135㎍/㎥, 광주 123㎍/㎥, 경기 123㎍/㎥ 등 대부분 지역에서 '나쁨' 수준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서울은 주말인 9일에도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17㎍/㎥로 '나쁨' 수준을 보였다.

서울시는 8, 9일 오후에 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가 해제하는 등 사흘 연속 주의보를 내렸다.

서울을 포함해 8일 이후 10일까지 전국에서는 40건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초미세 먼지(PM-2.5)는 계속 나쁨(50∼100㎍/㎥)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10일 오후 10시 서울시의 초미세 먼지 일평균 농도는 69㎍/㎥로, 오후 1시 63㎍/㎥보다 더 악화했다.

시간당 평균 농도도 오후 10시 72㎍/㎥로 오후 1시 78㎍/㎥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미세먼지는 중국발 황사에 국내 대기 오염물질이 결합하면서 발생했지만 기상청은 토요일인 9일 오후 뒤늦게 황사 '예보'를 했다.

기상청은 9일 오후 1시10분 발표한 통보문에서 "현재, 일부 남부지방에는 황사가 나타나는 곳이 있습니다"라고 했지만 이미 오후 1시 광주광역시의 시간당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8㎍/㎥까지 치솟은 상태였다.

전날 없었던 황사예보가 미세먼지 농도가 잔뜩 짙어진 상황에서 나왔다.

기상청은 당시 "6일과 7일 중국 북부지방에서 발원해 중국 중부지방으로 이동한 후 서해상을 거쳐 오늘(9일) 우리나라 상공을 주로 지나겠으나, 그 중 일부가 지상으로 낙하해 내일(10일) 아침까지 서해안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옅은 황사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다"고 했다.

6, 7일에 발생해 이동하는 황사의 경로를 황사가 들이닥친 뒤에야 발표해 사실상 예보를 누락한 셈이다.

11일은 전날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옅어지겠지만 여전히 대기질은 좋지 않을 전망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확산이 원활해 대체로 청정한 대기상태가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은 대기정체로 오전까지 농도가 다소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