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친구 맺기도, 복권 당첨도…우연 뒤엔 늘 법칙이 있다
지난달 스페인 일간지 엘 문도는 주방보조로 일하던 중국계 이민자가 벼락부자가 된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2013년 180만유로(약 23억원) 복권에 당첨됐다. 8개월 뒤에는 유로밀리언 복권에서 1억3700만유로(약 1803억원)를 타갔다. 그는 1등 당첨이 우연의 산물만은 아니라고 했다. 평소에는 복권을 사지 않고 당첨 번호를 분석했고, 여러 회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상금이 불어났을 때 한 번에 복권 여러 장을 사 확률을 높였다.

데이비드 핸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수학과 명예교수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에서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이유를 들여다본다. 그는 “세상만사에는 수학과 통계적 법칙이 따른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확률은 어디에나 적용된다. 수많은 사람 중 누군가와 마음이 맞아 친구가 되는 것부터 경제 호황과 불황, 생명의 진화에 이르기까지 수학적 확률이 개입하지 않는 곳이 없다. 저자는 “모든 사건은 기초적인 법칙과 확률이 여럿 얽힌 결과”라고 말한다. 언뜻 운이나 우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교한 배후 원리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사람들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작용하는 다섯 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먼저 ‘필연성의 법칙’이다. 어떤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여섯 면 주사위를 던졌을 때 1~6 중 숫자 하나가 나온다는 것이 그 예다. ‘아주 큰 수의 법칙’은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라도 기회가 아주 많다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구에는 약 70억명이 산다”며 “0.0001% 확률로 벌어지는 드문 일이라도 누군가에겐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확률 지렛대의 법칙’은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확률에 영향을 줘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을 뜻한다. 베이징의 나비 날갯짓이 미국의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가 그 예다. 입맛에 맞는 데이터만 골라 결론을 도출하는 ‘선택의 법칙’, 비슷한 사건을 같다고 간주하는 ‘충분함의 법칙’도 우연을 만든다.

저자는 “확률을 알면 기적이나 우연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로 바뀐다”고 말한다. 수학 공식, 통계 실험과 함께 설명을 전개해 재미있는 수업을 듣는 것처럼 읽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