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시작하는 노화랑의 ‘작은 그림·큰마음’전에 출품된 한만영의 ‘시간의 흔적’.
오는 6일 시작하는 노화랑의 ‘작은 그림·큰마음’전에 출품된 한만영의 ‘시간의 흔적’.
“미술품을 감상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장할 수 있는 경제적 수준에 도달한 것 같아요.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소장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소품을 들고 나왔습니다.”

끊임없이 세계시장에서 뛰며 맨손으로 ‘미술 한류’를 개척해 온 한지 조각가 전광영 화백은 “미술품을 사는 것은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아름다운 소비”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화백을 비롯 한만영 서승원 이석주 김태호 전병현 윤병락 김덕기 박성민 김상원 씨 등 탄탄한 화력을 갖춘 작가 10명이 오는 6~15일 서울 관훈동의 노화랑에서 ‘작은 그림·큰마음’ 전을 펼친다.

‘200만원으로 명품여행을 떠나요’란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회에는 2호(26×18㎝)부터 10호(80×72㎝)까지의 소품 100여점이 걸린다. 작다고 허투루 그린 그림이 아니다. 저마다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해온 인기 작가들이 전시에 맞춰 보내온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작품’이다. 미술시장의 대중화를 위해 점당 판매가격을 시중보다 최고 30% 낮은 균일가 200만원으로 책정했다.

작가들은 작년 여름부터 이번 기획전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소품에 대작 못지않은 열성을 쏟았다. 새내기 미술 애호가들이 생명, 자연, 인간, 우주 등 다양한 주제와 참신한 아이디어가 담긴 깜찍한 소품을 감상하며 구입할 수 있는 기회다.

한 화면에 평면과 입체의 통합을 시도하는 한만영 화백은 서울 청계천 기계 공구상에서 구입한 철판을 수천 번 자르고 깎아 제작한 명화 이미지를 패널에 콜라주한 작품 10여점을 내놨다. 그는 “내 작업에 등장하는 철제 오브제는 문명의 기호이며 시간의 흔적을 재생산하는 소재”라며 “과학이 낳은 기계 문명에서 인간의 흔적을 탈환해 오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극사실주의 화가 이석주 숙명여대 교수도 말과 시계 등을 소재로 한 소품 10여점을 선보인다. 그는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옛 추억과 앙금을 다독이며 짙은 향수를 캔버스에 녹여냈다”며 “작품을 감상하면서 경제적으로 힘든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화면에 여러 겹의 색을 칠한 뒤 긁어내는 기법으로 작업하는 단색 화가 김태호 화백도 “바쁘게 사는 도시인에게는 언제나 위안의 대상을 그리려 노력했다. 내 마음속에 자리잡은 대상을 함께 느끼고 위안을 주는 ‘화이친동(和而親同)’을 색채미술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 유학 시절 배운 습식벽화 기법을 활용한 전병현의 작품, 사과 그림으로 유명한 윤병락의 사과 그림, 얼음 속에 핀 꽃과 식물을 극사실적으로 그린 박성민의 작품 등도 눈길을 끈다.

전시를 기획한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화랑 문턱을 낮춰 작품 감상과 함께 재테크라는 측면에도 부응하려는 기획전”이라고 밝혔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