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부유럽 고속 발전 이끈 독일식 '교육 혁명'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중부유럽은 서유럽과는 다른 정치적·경제사적인 기원을 두고 있다. 서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시장경제 발달과 자본주의 태동은 많이 늦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는 17세기 후반에 사유재산권이 확립되기 시작했지만 중부유럽에선 19세기까지 지체됐다. 농노라 불린 하층민의 해방 시기도 약 500년의 차이가 났다.

하지만 오늘날 중부유럽은 유럽 경제의 새로운 심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은 흔들리는 유로존의 유일한 버팀목이며 폴란드, 헝가리, 체코는 유럽의 생산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양동휴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부 유럽 경제사》에서 서유럽에 비해 덜 알려진 중부유럽의 1000년 역사와 경제를 설명한다.

중부유럽은 봉건제, 과학혁명, 계몽주의, 산업혁명 등의 현상이 서유럽과는 많이 달랐거나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서유럽에서는 중세 이후 상업도시의 출현으로 엄청난 부가 창출되기 시작했다. 활발한 무역을 통해 축적된 부는 왕들이 근대적인 정치권력을 세우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중부유럽도 12~13세기 무렵에는 발트해 연안을 중심으로 한자동맹으로 묶인 상업도시들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부 내륙부터 스웨덴, 노르웨이까지 강력한 경제적·행정적 연맹을 이루며 발달했다.

하지만 14세기 흑사병의 타격으로 인구가 급감하고 도시가 쇠퇴하면서 중부유럽에선 봉건적 억압이 오히려 강화됐다. 농민들은 9세기 이후로 서유럽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예속적 지위의 농노로 전락했다. 한자동맹의 상업 도시들은 크고 빠른 배를 보유한 네덜란드 상인들에게 밀려 몰락했다. 게다가 17세기 초반 일어난 30년전쟁으로 중부유럽 경제는 타격을 입게 됐다.

19세기 중부유럽은 프로이센의 부상을 통해 공업화의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프로이센 주도로 이뤄진 관세동맹은 독일 지역을 단일 시장으로 만들었다. 농노 해방을 통해 노동력이 충원되며 단시간에 서유럽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특히 유럽 어느 나라보다 앞선 독일의 국민교육 시스템은 빠른 공업화의 기반이 됐다. 18세기에 초등학교 제도와 아동 의무교육 법안을 제정했다. 1830년 이후에는 거의 모든 독일인이 읽고 쓸 줄 알았다. 또한 중등교육과정에서 과학기술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19세기 말 프로이센 고등학생의 약 35%가 실업학교를 다녔다.

독일은 이런 과학기술 지식을 바탕으로 고도성장 가도를 달리며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을 능가하게 됐다. 이런 탄탄한 독일의 잠재력은 이후 제1, 2차 대전으로 파괴된 경제를 회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