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기만 옳다는 직장 상사,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한 30대 여성은 시어머니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로 구토증이 생겼다며 정신과를 찾았다. 시어머니가 집안 모든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며 며느리 의견은 전혀 안 들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같이 살지도 않으면서 집에 들여놓는 가구, 조명, 커튼 등을 자신이 고르고 구매했다. 손자 교육까지도 ‘언제 뭘 가르치고, 어느 학교에 입학시켜서…’와 같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며느리가 의견을 얘기할라치면 “넌 아무것도 모른다”며 말꼬리를 잘랐다.

학교, 직장, 가정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독불장군형’의 한 사례다. 이런 사람은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며 남에게 따르라고 요구한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가타다 다마미는 《독불장군 상대하기》에서 이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며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이 다른 사람의 말을 안 듣는 가장 큰 이유는 자존심이다. 남의 말을 들으면 지는 것 같아서, 자기 의견이 뛰어나다는 믿음이 있어서, 비참한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서 독불장군이 된다. 저자는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이 확산돼 최근 이런 사람이 늘었다고 진단한다.

독불장군이 직장 상사 또는 배우자라면 상대는 무력감을 느끼고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무리해서 설득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러나 일을 그르쳐 따끔한 맛을 본 뒤 나중에 생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할 말은 분명히 해야 한다. 자기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꾸준히 같은 방법으로만 하니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문 사람이네요”라며 유머를 섞은 일침을 날리는 식이다.

책을 읽다 보면 “맞아, 나도 이런 사람을 만난 적 있어”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많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로서 상담한 사례를 풍부하게 담았다. 기업 경영에 참고할 만한 내용도 많다. ‘예스맨’만 있는 회사는 역설적으로 독단적인 사업 방침을 고집하기 쉽다. 잘못된 경영진의 사업 방침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