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천의 얼굴' 스페인, 축구는 빙산의 일각
멕시코의 저명한 소설가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스페인의 본질을 상호 모순적인 요소들이 풍요롭게 공존하는 모습에서 찾았다. 플라멩코의 뜨거운 정열 뒤에 종교재판소의 으스스한 엄격함이 지배하고, 화려하고 에로틱한 복장을 한 투우사의 얼굴에 죽음을 대면한 실존적인 비장함이 묻어난다고 했다.

《두 개의 스페인》은 그리스도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 지중해 문화와 대서양 문화가 조우하는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두 개의 스페인’에 초점을 맞춰 고대 알타미라동굴 벽화부터 2014년 펠리페 6세 즉위까지 스페인 역사를 살피고, 현대 스페인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조망한다.

저자들은 “유라시아 대륙의 양 끝단에 있는 한국과 스페인은 역사·문화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며 “단일민족 신화를 고수해온 한국과 달리 건국 신화 자체가 없는 스페인은 시시각각 변하는 ‘천의 얼굴’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신정환·전용갑 지음, 한국외국어대출판부, 440쪽, 2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