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헬조선 뿌리는 소외·불안…'같이의 가치' 되새겨 볼 때
‘한강의 기적, 코리안 드림.’ 10여년 전까지 한국에 붙던 수식어다. 요즘은 다른 단어로 대체됐다. ‘헬조선’이다.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나라가 가입할 수 있는 ‘2050 클럽’에 2012년 세계 일곱 번째로 가입한 나라인데도 그렇다.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한국과 일본 대학에서 언어를 교육하며 13년씩을 보냈다. 미국 출신인 그는 《미래 시민의 조건》에서 “‘헬조선’은 이 시대의 어두운 현실을 반영한다”며 “삶이 힘들수록 개개인이 시민활동에 적극 참여해 건강한 공동체를 이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 돌아간 미국에서도 ‘헬미국’의 분위기를 느꼈다”며 “경제 성장 둔화, 고령화, 테러, 전쟁 등 국경을 초월한 문제로 세계적 비관론이 퍼졌다”고 지적했다.

저자가 진단하는 오늘날 사회 문제의 뿌리는 불안감이다. 사람들이 미래보다는 현재를, 공동체보다 개인의 안위를 중시하게 됐다는 얘기다. 미래 청사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불안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서로 따돌리고 자기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게 된다.

이전 사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은 ‘더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공감대를 통해 빠른 성장을 이뤘다. 보수·진보, 기득권층, 서민 모두 좋은 나라의 기준을 ‘잘사는 자랑스러운 민주국가’에 두고 함께 노력했다는 것. 저자는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이 자유선거에 성공하면서 제도적 문제를 해결했지만 배타성과 권위주의, 집단주의 등은 그대로 남았다”며 “건강한 공동체 의식을 되찾기 위해 소통을 통해 공론화된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결책은 건강한 시민의식이다. “국민에서 시민으로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국민은 국가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 사는 사람이지만 시민은 공동체에 대한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는 “감정적 논쟁을 일으키는 대신 서로 비전을 제시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선거 이전과 이후에도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