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달만 일평균 '나쁨' 7일 기록…가을·겨울에도 나타나
마스크 착용 외 뾰족한 예방책 없어…장기 저감 대책도 의문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하늘이 며칠째 짙은 미세먼지로 뒤덮여 일기예보를 볼 때 주요 관심사가 비, 기온에서 미세먼지로 바뀌었다.

서울은 이달에만 일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가 '나쁨'(81∼150)㎍/㎥ 수준을 기록한 날이 7일이었다.

수치상으로는 일평균 농도가 '보통'(31∼80)㎍/㎥이었지만 70㎍/㎥를 넘어 나쁨 수준에 근접한 날도 6일이나 돼 사실상 한 달의 절반을 고농도 미세먼지를 호흡하며 보냈다.

최근 5년 봄철(3∼5월)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57㎍/㎥였다.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을 기록한 날은 평균 13.4일이었다.

월별로는 3월 5.4일, 5월 5.0일, 4월 3.0일이었는데 올해는 이미 3월에만 7일을 기록했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상에는 안정된 고기압이 머물고 있어 대기가 정체, 2∼3일은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이미 126㎍/㎥로 나타나 전날보다 더 악화했다.

인천 113㎍/㎥, 경기 125㎍/㎥, 강원 101㎍/㎥ 등 수도권과 인접한 지역의 대가 상황이 더 안 좋다.

초미세먼지(PM-2.5)도 서울에서 일평균 농도가 나쁨(51∼100㎍/㎥)을 넘어선 날이 1일(29일)에 그쳤지만 보통 (16∼50㎍/㎥) 범위에 있으면서 40㎍/㎥을 넘어 나쁨에 근접한 날이 10일이나 됐다.

30일 오전 9시 기준 서울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65 ㎍/㎥로 나쁨 수준이고 인천 67㎍/㎥, 경기 65㎍/㎥, 강원 68㎍/㎥ 등을 기록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어제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는데 일부가 유입돼 국내 미세먼지 농도도 높아졌다"며 "내일은 오늘보다 다소 농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지름)가 10마이크로미터(㎛) 이하,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2.5㎛ 이하인 먼지다.

마이크로미터는 미터(m)의 100만분의 1이다.

머리카락의 굵기가 통상 50∼70㎛이므로 머리카락과 비교하면 대략 미세먼지는 1/5, 초미세먼지는 1/20 정도다.

초미세먼지는 너무 작아 코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폐 속에서 공기와 혈액이 만나는 허파꽈리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독성이 크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최근 미세먼지는 계절 구분 없이 나타난다.

지난해에는 10월21일 서울에 첫 가을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고. 크리스마스 전후에도 강한 미세먼지가 형성됐다.

여름 장마철을 제외하고 연중 미세먼지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국내 미세먼지의 30∼50%는 중국에서 유입됐지만, 나머지는 국내에서 형성된 것으로 환경부는 파악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책은 뾰족한 게 없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24시간 이상 주의보 수준으로 유지되면 차량 부제를 검토하겠다는 대책과 단계적으로 친환경차를 확대하겠다는 방안 정도만 내놓고 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24시간 함께 주의보 수준으로 유지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미세먼지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책이 못 되는 셈이다.

친환경차 확대를 위해 도입하려던 저탄소협력금(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차에 보조금 지급) 제도는 업계의 반발로 시행 시기가 2020년으로 미뤄지는 등 환경은 경제 논리에 밀려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저감은 단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중국과 미세먼지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집진 기술 수출, 국내 사업장의 먼지 발생 감소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